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잠 못 든 개들이 개욕탕을 찾아왔다. 저마다 기분 나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개’를 붙여 욕하는 소리를 들은 개, 못생겼다고 놀림 받은 개, 늙은 게 서러운 개도 있었다. 개들은 나쁘고, 화나고, 슬픈 감정을 안고 욕탕 안으로 들어갔는데….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코믹스부문 라가치상을 수상한 서현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분위기가 사뭇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다. 작은 풀벌레가 차 한 잔 드는 간소한 그림 한 점에도 시선이 오래 머무른다. 순도 높은 무해한 풀벌레의 세계에서 떠나고 싶지 않은, 이상한 평화의 기운을 전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