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라는 것이 공식처럼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학습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의 두통이 과연 같은 질병일까. 또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 어깨 결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생리통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각각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에서 따로 해결해야 할 병일까.
스트레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빈발하지만, 첨단의료기기만으로는 원인 진단도 치료도 어려운 병이 늘고 있다. 모두에게 동일하고 획일적인 검사나 치료만으론 잘 낫지 않는 병들이다. 정신적·심리적 불균형이 누적되어 신체 증상으로 유발된 이른바 정신신체 질환들은 ‘몸’이 아닌 ‘마음’과 ‘삶’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우울증/화병/공황장애/불면/불안/강박증 등은 ‘질병’ 자체만이 아니라 ‘사람’을 함께 봐야 원인치료가 된다. 증상에 따른 기계적 진단과 매뉴얼에 따른 패스트푸드화된 방법으론 성공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단순한 신체 증상이 아닌 환자 개개인이 직면한 ‘삶의 문제’에서부터 풀어 가야 한다는 것이 사상의학적 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