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신학대학원을 다니며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서 사역하면서부터다. 복음은 그 전까지 나에게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성경과 예수님의 십자가는 자연스럽게 복음과 맞닿아 있었다. 하지만 내 사역 현장에서는 순수한 복음이 강조됨과 동시에, 교회의 전체적 현실은 성경과 너무나 멀었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교회의 위기는 결국 성경을 통해 복음을 이해하는 틀인 신학의 위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은 복음이 큰 위기에 처해 있었던 중세 말기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이 시대의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복음의 위기를 맞고 있다. 복음의 위기는 단순히 교회의 위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교회의 위기는 온 세상의 위기다. 교회를 통해 세상을 회복하는 하나님의 선교가 막히기 때문이다. 복음이 위기에 빠지면 세상이 회복될 길이 막힌다. 우리는 교회의 위기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위기로 인식하고,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세 시대 신학의 사변화가 복음을 왜곡시켰듯이, 종교개혁 이후 신학도 사변화의 과정을 거쳐 영지주의적 복음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한국 교회의 복음 이해 수준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고, 그것은 복음의 위기를 낳았다. 복음의 위기는 반드시 기이한 현상으로 입증된다. 지금 한국 교회 안에는 교회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런 일들이 심지어 성경을 통해 정당화되고 있다. 이것은 절대로 일부 개인들의 일탈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결국 성경을 해석하는 틀인 신학의 문제다. 복음의 위기는 신학의 위기인 것이다. 성경은 우리 안에 내재된 신학적 틀에 의해 해석되기 때문이다. 결국 성경 전체가 지지하며, 성경 계시의 의도를 정확히 드러내는 신학적 틀을 도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세적이고 기복적으로 복음을 이해하게 한 한국 교회의 신학이 교회의 스캔들을 양산하며, 그 스캔들을 암묵적으로 양산하는 컨센서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잘못된 틀이 성경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심지어 죄를 성경적으로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게 한다. 이 모든 현상은 한국 교회 안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신학의 문제다.
우리는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복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성경을 이해하는 건강한 신학적 틀을 먼저 검토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우리는 성경 전체가 말하고 있는 복음을 좀 더 총제적이고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그 복음을 이 시대의 청중에 맞게 전하도록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복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교회의 위기는 분명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복음을 위한 신학 하기, 이것이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필자는 교회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을 통해 먼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님나라에 대해 살펴보고, 성경 전체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나라 복음’으로 종합하는 작업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주어진 계시의 수단인 언약에 대해 정리할 것이다. 계속해서 언약의 세 가지 요소인 관계 설정, 선물 수여, 조건 제시를 통해 하나님나라의 키워드로서 백성, 땅, 주권을 도출하여 각각의 키워드로 성경 전체를 요약할 것이며, 특히 땅과 주권의 관계로 성경 전체를 통합하여 복음이 무엇인지 점점 구체화시켜갈 것이다. 결국 예수께서 우리의 주요 메시야라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하나님나라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며, 예수의 십자가와 하나님나라 복음, 나아가 하나님나라를 성취하기 위해 오신 분으로서 성령에 대해 정리한다. 우리는 성경 전체가 제시하는 복음인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나라 복음’이 무엇인지와, 그 복음이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적절한 복음 진술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