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가는 길을 언제나 낯선 듯 더듬으며 예까지 왔다.
그간 틈틈이 한 편 두 편 써 모은 작품을 한 권의 시집으로 엮는다. 비밀스런 속내를 들킨 듯도 하고, 옷장 속의 옷가지를 햇볕에 내건 후련함도 있다. 스승 황금찬 시인과의 추억은 언제나 내 가슴 속에서 시적 출발이자 현재진행형이다. 선생을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하시던 말씀이 하나의 화두(話頭)로 귀에 쟁쟁하다.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내 앞에 서 있지요.”
그렇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나는 늘 내 앞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줄곧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