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이상 세상에 놀라며 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저는 남은 제 삶을 가족들의 삶이 아름다워지는 데 쓰기로 했습니다. 생각의 방향을 돌리니 다행히 고향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집 하나 가지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대도시의 높은 성곽 바깥쪽에서 잠들던 저에게 고향은 작고도 아름다운 마당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틀 동안
출판사로부터 온 교정지 우편봉투를 뜯지 못했습니다.
내 젊은 날이 남긴 말을 만나기가 두려웠던 걸까요.
늘 날이 서 있고
늘 취해 있었던 스무 살
내 말에 내 살이 베이고
내 말에 사람들이 다치던
그때를 만나기가 두려웠던 걸까요.
초판 후 발표한 몇 편을 보태어
이젠 떠나보냅니다.
내가 가장 아팠던
내가 가장 두려웠던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스무 살을 이제
떠나보냅니다
잘 가라, 나의 빛나는 스무 살. - 개정판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