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를 극복한다거나 천재적 재능이 발휘되는 극적인 드라마를 상상하지 않았다. 화실 한 귀퉁이에서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은혜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은혜가 자기 눈에 비친 모습 그대로 사람의 얼굴을 멋지게 그려 내는 것을 보며,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은혜를 세상 속으로 떠밀었다. 경기도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 나가기 위해 새벽녘 남편과 내 차에 짐을 가득 싣고 눈을 비비며 강변을 달렸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열리는 문호리 리버마켓, 이른 오전 북한강의 사계절을 듬뿍 느끼며 달리는 우리 식구들은 계절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며 성장했다.
다운증후군의 장애가 있는 딸 은혜는 집에서는 자신의 일도 엄마를 돕는 일도 척척해내는 기특한 딸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편견으로 집을 나선 이 소녀는 곧 장애인이 되어버린다.
어느 날 소녀는 자신을 편견 없이 이해해줄 친구를 찾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 16세 소녀의 예쁜 감성은 상처받기 일쑤였고 일상적 소외를 겪는 은혜는 늘 주변인이었다. 그런 은혜가 주인공이 된 것은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