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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소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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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사계절 즐거운 생활>

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

산책 같은 책이 되었으면… 가끔 생각나는 개가 있습니다. 몇 년 전 회사를 다닐 때였는 데, 휴가를 내고 수도원에서 열흘 정도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잘 먹고 잘 쉬며 산책을 하곤 했어요. 그날도 점심을 잘 먹고 따뜻한 해를 받으러 산책을 나섰는데 수도원에서 키우는 개가 뒷마당에서 달려왔습니다. 그때까지는 그곳에 개가 있는지 몰랐어요. 아주 커다랗고 털이 북실북 실한 개였어요. 그 개와 한참 동안 숲길을 걸었어요. 녀석은 걸음이 느린 저보다 앞서갔고 가끔 돌아보며 기다려 주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 산기슭에 있는 마을도 보고 바람 냄새도 맡았 지요. 돌아올 때는 제가 먼저 발걸음을 돌렸는데 녀석은 산책을 더할 듯이 앞으로 나아갔어요. 저는 개가 안 따라오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면서도 돌아오겠지 하는 믿음으로 숲을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가다 보니 녀석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뒤따 라왔어요. 어디만큼 왔을까, 서로 찾으며 걸음 속도를 적당히 맞추며 수도원까지 돌아왔지요. 그 산책을 오랫동안 기억하고이 책을 쓰면서는 자주 꺼내 보았어요. 따뜻한 콧바람, 엉켜서잘 쓸리지 않던 털, 함께 보던 풍경, 말없이 함께한 시간을요. 이 책을 읽는 친구들에게 이 책이 그런 산책과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쉬어갈 수 있는 의자가 되고, 땀을 식히는 바람이 되고, 잠깐의 눈인사를 건네는 동무가 되면 좋겠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우리는 함께 걸어가고 있지 않을까요. 서로 어디쯤 왔을까 찾으면서요. 함께 만들어 준 편집자님, 오랫동안 글쓰기를 하지 못하던 저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봄볕 팀에게 감사드려요. 그림을 그려 준 모예진 작가님에게도 고맙습니다. 따뜻한 유년을 지켜 준 부모님과 기꺼이 별명을 내어 준 맹물, 콩짱, 탱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2년 겨울밤

잃어버린 겨울 방학

스무 해를 지나 다시 마주한 이야기 이 이야기가 출간한 지는 스무 해가 지났습니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글쓰기에서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아직도 이 글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작가로서 부끄러 웠기에 깔끔하게 절판했던 책인데, 봄볕 출판사의 정성으로 다시 한번 책으로 출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네요. 이제야 이야기 속에 드리워진 나의 그림자를 걷어 내고, 이야기 속 아이들을 제대로 만나는 기분이었 습니다. 어린 시절도, 글을 쓰던 젊은 시절도 아득히 멀어졌기에 비로소 글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글 속 아이들을 보며 놀라웠습니다. 상처에 어찌 이리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을까, 바들바들 떨면서도 뚝심 있게 진실을 찾고 있을까? 아픈 것을 아프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비겁한 어른이 된 뒤로 모른 척,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이야기 속 아이들이 보여 주는 날것의 시간들이 더욱 아프고 고마웠지요. 어린이들의 순순한 마음에는 그것 자체로 담백한 힘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로부터 강인한 무엇인가를 배울 수밖에 없음을 느꼈습니다. 이제 다시 한번 이야기를 떠나보내려 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독자들이 이야기에 힘을 실어 주고 생각지도 못하는 곳으로 이끌어 주리라 믿습니다. 오락실과 만화방이 있던 시절을 보낸내 또래의 자녀들이 이 책의 독자가 되어 주리라 믿습니다. 지금을 사는 어린이들에게는 좀 낯선 모습이겠지만, 어린이들의 눈빛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겠지요. 아마 어린이들이라면 시간을 뛰어넘어 쉽게 이야기 속 자기 또래를 만나리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이 이야기를 쓸 때부터 지금까지 책으로 연결된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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