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설화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서 집필된 것이다. 그래서 2장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설화의 3분법. 곧 신화와 전설, 민담으로 구분하는 것이 한국의 문화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하였다.
실제로 이것은 서구의 학자들도 그 개념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설화에 대한 각 민족들의 고유한 분류체계(에스닉 장르)를 살펴본 다음, 한국에서는 〈옛날 이야기〉이라는 용어로 통칭되어 왔음을 밝혔다.
3장에서는 한국의 설화가 〈옛날 이야기〉로 통칭되어 왔다면 이것들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구조분석의 방법으로 유형분류를 시도하였다. 이 유형분류는 많은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여러 개의 기준으로 유형을 설정함으로써 문제가 제기되었던 기존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구조라는 하나의 기준에서 유형을 설정했다.
그리고 그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는 인간의 동기가 작용한다고 보아, 각각의 구조적 모델마다 동기를 추출함으로써 구조와 주제의 관련성을 구명하려고 하였으므로, 학계에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4장에서는 한국문화의 형성과정을 재구하려는 의도에서 설화의 원류를 살펴보았다. 그리하여 땅에서 인간이 나왔다고 하는 출현 신화는 밭곡식을 재배하는 집단이 중국의 화중지방으로부터 만주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고, 난생신화와 어로.청동기 문화를 가진 집단이 동북 시베리아 일대에서 한국의 동해안으로 유입되었으며, 천손강림신화와 유목.수렵문화를 가진 집단이 북방아시아에서 한국에 들어와 나라를 세우거나 왕권을 장악하였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는 일본학자들의 한국문화의 형성과정에 대한 왜곡된 연구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천착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5장에서는 설화에 반영된 한국민중들의 의식이 어떠한 것이었는가를 구명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도덕관과 세계관, 타계관 등으로 나누어 고찰함으로써 우리 조상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고, 또 설화를 통해서 무엇을 후손에게 전달하려고 하였는가 하는 문제를 밝히었다.
이렇게 보면 이 연구는 설화와 관계가 있는 별개의 분야를 고찰하여 하나의 저서로 묶은 것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 한국의 설화학계서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부분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후학들의 연구에 좋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한다.
(2002년 11월 1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