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볼 수 있는 신이 세상을 활보하고 다닌다면 사회는 혼돈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신은 사람들이 모르게 존재해야 하며 신을 알아본 사람이 있다면 입을 막아야만 한다.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긴다. 신은 사람을 복되게 하려고 존재하지, 심판하러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모든 생각을 담아보려고 애쓴 작품이 『단죄의 신들』이다.
당분간 『단죄의 신들』을 능가하는 소설은 쓰지 못할 것 같다.
인간의 이기심을 다룬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해왔다. 세상이 그리 만든 건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약간의 변형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기주의는 늘 다른 주의에 우선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먼저 내가 있은 다음에야 남도 돌아볼 수 있는 법이니까.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남을 속이는 것도, 남을 이용하는 것도,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도, 심지어 남을 해치는 것도 가능한 게 세상이다. 나는 이 주제를 담아보려고 또 한 번 무속이라는 그릇을 빌려왔고 신비주의 스릴러라는 주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