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엘리트층은 동질성과 연속성을 견지했나, 아니면 왕조가 바뀔 때마다 스스로를 새롭게 재구성해야 했나? 어떻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지배권에 대한 주장을 정당화했나? 어떤 식으로 자신들과 타 집단 사이의 경계를 긋고 유지했나? 문화와 권력의 밀접한 관계는 엘리트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나? 국가에 대한 그들의 입장은 어떠했나? 이상이 역사학자들이 지금까지 거의 다루지 않은 친족의 연구를 통해 이 책에서 답하고자 하는 문제의 일부이다.
1967년 가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의 경제발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생활은 어려웠어도 살아 있는 유교전통을 목격할 수 있어서 참 기뻤다. 당시 내가 한국에 온 목적은 한국의 유교를 공부하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끔 지방에 내려가서 제사 같은 유교 의례를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한국 사회에 관심이 커짐에 따라 한국의 전통적 사상과 사회를 공부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