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스러운 일은 그 방황의 와중에 민족문학사연구소 희곡분과의 1950~1960년대 세미나 과정에서, 유치진·차범석 희곡에 대한 편린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과정은 이후 식민기로 돌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내게 있어서 1950년대의 유치진과 1960년대의 차범석은 식민지하 사실주의 희곡을 소환하는 존재였으며 '왜?'라는 초심의 질문을 잊지 않도록 해준 매개자였다. 이 횡단이 있었기에 감히 식민지하 사실주의 희곡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수 있었고, 이 과정을 통해서 한국 근대극에 대한 반성적 사유와 함께 나 자신을 심문하고 치유하는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