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마나 악당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 얼핏 드러내는 악의가 마치 무색무취의 독처럼 차츰차츰 스며든다. 그렇기 때문에 와카타케 나나미는 읽고 나서 ‘뒷맛’이 오싹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 책에서처럼. 그것은 이어서 소개될 다른 작품들에서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남자 탐정과 달리 여자 탐정은 사건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몸도 마음도 다 던져 사건을 뒤쫓는다. 그러니 상처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우리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본다. 함께 상처 입는다. 여자 탐정은 앞서 쓴 대로 ‘우리의 주인공’이다. 남자 탐정에 대해 ‘우리의 주인공’이라는 말은 아마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남자 탐정은 쿨하게 감상하고, 여자 탐정은 응원한다. 그런 생각을 내내 했다. 사랑스럽다.
<도서실의 바다>는 기존 독자를 위한 책 같지만, 이제부터 온다 리쿠의 작품을 읽을 독자에게도 권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가답게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SF 등 온갖 장르를 망라하고 작가의 에센스를 쏙쏙 골라 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노스탤지어' 같은 경우, 온다 리쿠 본인도 자신의 '원점'이라 하듯 그녀가 이후의 작품에서 다루는 테마, 차용하는 모티프 등이 옹골지게 들어차 있다. 온다 리쿠 종합선물세트, 모듬 온다 리쿠, 온다 리쿠 샘플러 같은 <도서실의 바다>로 그 다양한 맛을 한번 확인해 보면 어떨까. 마음에 드는 맛을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감히 장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