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나이기에 쓸 수 있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내 내면에 있는 몽상가와 현실주의자, 둘 중 어느 쪽도 실망하지 않을 이야기를 쓰고자 여러모로 궁리한 결과 이 책이 완성되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데뷔한 후 20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해온 덕분에 이루어 낸 하나의 성과이다.
이 책은 2007년 4월부터 2008년 5월까지 만화 잡지 「모닝」에 연재했던 장편소설을 가필, 수정한 것입니다.
만화 잡지에는 주간 연재였기 때문에 여느 때와 다른 방식으로 썼습니다. 큰 줄거리와 전개는 정해져 있었습니다만 세부적인 아이디어는 매번 담당 편집자와 회의를 해 다음 호 내용을 그때그때 정하고 써나갔으며, 매주 첫머리와 말미를 의식해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그 때문에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니 긴 이야기를 쉰여섯 번에 나눠 연재했다는 생각보다는 전력 질주한 짧은 이야기 쉰여섯 개를 쌓아 올린 듯한 이상한 소설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10대 시절에 읽은 미스터리 소설 가이드북에 아이라 레빈의 데뷔작 『죽음의 키스』가 이렇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누워서 읽다가 어느 부분에 다다르면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킨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싶어 냉큼 『죽음의 키스』를 읽어 보았는데, 실제로 도중에 놀라서(누워 있지는 않았으므로 몸을 벌떡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만) “장난 아니네!” 하고 흥분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내내 남아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으로 이번 작품 『화이트 래빗』을 완성했습니다. 이야기를 읽는 도중에 “어? 이거 어떻게 된 거지” 하고 독자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나중에 가서 “아아, 그런 거였구나!” 하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