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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예술

이름:신한균

최근작
2019년 3월 <신의 그릇 2>

신의 그릇 1

1994년 6월 17일 오전, 일본 국보가 된‘조선 막사발’을 보러 갔다. 쿄또 코호앙(孤蓬庵) 입구는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주지 스님과 일본 도예전문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든 두 번째, 세 번째 상자도 열었다. 네 번째의 검은 칠기 상자가 보다. 오른쪽 위에 금색 자로 ‘고려(高麗)’ 그 아래에는 ‘이도(井戶)’라 씌어 있었다. 뚜껑을 열자 자줏빛 비단이 나타났다. 자줏빛을 덜어내자 사발 하나가 소박하게 고개를 내었다. 전쟁까지 일으킨 사발. 평범했다. 비뚤어져 있었다. 한쪽이 수리되어 있었다. 너무나 가벼웠다. 이것이 과연 비천한 사기장 이 빚은 막사발이란 말인가? 그릇쟁이의 가슴으로 보았다. 그것은 ‘신의 그릇’이었다. 바로 조선 사기장의 혼이었다. … (중략) … “키자에몽 이도는 천하제일의 다완으로 일컬어진다. … 이것은 조선의 밥공기다. … (중략) … 이도가 일본으로 건너오지 않았더라면 조선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이야말로 그 고향이다.”-야나기 무네요시(일본의 미학자) … (중략) … 도예가로서 나는 이 ‘막사발’의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우선 조선사기장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한국에서 그분들의 흔적은 깨어진 사금파리밖에 없었다. 그분들이 끌려간 일본으로 갔다. 십여년 동안 그분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 (중략) … 이삼평, 존해, 종전, 백파선, 심당길, 또칠이, 팔산…… 그분들은 비천한 사기장이 아니었다. … (중략) …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도예가는 그릇으로 말하지 글로 말하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옳은 말이었다. 펜을 놓았다. 10여년간 같이했던 조선 사기장들의 행적을 한동안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 하지만 그분들의 넋은 나로 하여금 기어코 글을 쓰게 만들었다. … (중략) … 2007년6월, 아버님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아버님의 혼과 함께 다시 글을 빚었다. 글에 아버님의 장인정신을 넣으려고 애썼다. … (중략) … 이도다완 대부분은 임진왜란 전남지방 민가에서 제기로 쓰던 황도(黃陶)다. 제상에메(밥) 올리는 멧사발과 반찬 올리는 보시기였던 것이다. 이도다완에는 조선 사기장의 혼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이도(井戶)’는 일본인의 성(姓)이다.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으로 빚은 그릇에 일본인의 성이 아닌 제 이름을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릇쟁이로 돌아갈 것이다. 이 책을 아버님 영전에 바친다. -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신의 그릇 1

이도다완 대부분은 임진왜란 전 영남지방 민가에서 제기로 쓰던 황도黃陶였다. 제상에 메(밥) 올리는 멧사발과 반찬 올리는 보시기였던 것이다. 이도다완에는 조선 사기장의 혼이 깃드어 있다. 그러나 '이도 井戶'는 일본인의 성姓이다.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으로 빚은 그릇에 일본인의 성이 아닌 제 이름을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신의 그릇 2

이도다완 대부분은 임진왜란 전 영남지방 민가에서 제기로 쓰던 황도黃陶였다. 제상에 메(밥) 올리는 멧사발과 반찬 올리는 보시기였던 것이다. 이도다완에는 조선 사기장의 혼이 깃드어 있다. 그러나 '이도 井戶'는 일본인의 성姓이다.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으로 빚은 그릇에 일본인의 성이 아닌 제 이름을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신의 그릇 2

1994년 6월 17일 오전, 일본 국보가 된‘조선 막사발’을 보러 갔다. 쿄또 코호앙(孤蓬庵) 입구는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주지 스님과 일본 도예전문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든 두 번째, 세 번째 상자도 열었다. 네 번째의 검은 칠기 상자가 보다. 오른쪽 위에 금색 자로 ‘고려(高麗)’ 그 아래에는 ‘이도(井戶)’라 씌어 있었다. 뚜껑을 열자 자줏빛 비단이 나타났다. 자줏빛을 덜어내자 사발 하나가 소박하게 고개를 내었다. 전쟁까지 일으킨 사발. 평범했다. 비뚤어져 있었다. 한쪽이 수리되어 있었다. 너무나 가벼웠다. 이것이 과연 비천한 사기장 이 빚은 막사발이란 말인가? 그릇쟁이의 가슴으로 보았다. 그것은 ‘신의 그릇’이었다. 바로 조선 사기장의 혼이었다. … (중략) … “키자에몽 이도는 천하제일의 다완으로 일컬어진다. … 이것은 조선의 밥공기다. … (중략) … 이도가 일본으로 건너오지 않았더라면 조선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이야말로 그 고향이다.”-야나기 무네요시(일본의 미학자) … (중략) … 도예가로서 나는 이 ‘막사발’의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우선 조선사기장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한국에서 그분들의 흔적은 깨어진 사금파리밖에 없었다. 그분들이 끌려간 일본으로 갔다. 십여년 동안 그분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 (중략) … 이삼평, 존해, 종전, 백파선, 심당길, 또칠이, 팔산…… 그분들은 비천한 사기장이 아니었다. … (중략) …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도예가는 그릇으로 말하지 글로 말하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옳은 말이었다. 펜을 놓았다. 10여년간 같이했던 조선 사기장들의 행적을 한동안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 하지만 그분들의 넋은 나로 하여금 기어코 글을 쓰게 만들었다. … (중략) … 2007년6월, 아버님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아버님의 혼과 함께 다시 글을 빚었다. 글에 아버님의 장인정신을 넣으려고 애썼다. … (중략) … 이도다완 대부분은 임진왜란 전남지방 민가에서 제기로 쓰던 황도(黃陶)다. 제상에메(밥) 올리는 멧사발과 반찬 올리는 보시기였던 것이다. 이도다완에는 조선 사기장의 혼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이도(井戶)’는 일본인의 성(姓)이다.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으로 빚은 그릇에 일본인의 성이 아닌 제 이름을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릇쟁이로 돌아갈 것이다. 이 책을 아버님 영전에 바친다. -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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