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첫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를 낸 후 네 번째 시집을 묶는다. 이번 시집 제목을 처음엔 『탑』으로 하려 했다. 폐사지를 돌며 낡고 오래된 탑을 일별하는 동안 우리 삶이 탑과 비슷한 요소가 많음을 깨쳤기 때문이다. 탑에 천착하여 연작시를 구상하고 있던 중 예지치 못한 코로나19에 의한 감염병 창궐로 세계는 팬데믹에 들어갔다.
우리는 묵시적으로 명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격리 생활을 강요받았다. 격리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수성못을 홀로 둘러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호수였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게 집중 폭격을 맞은 초기, 죄도 없이 폄훼당한 대구의 상처가 그 수면 위에 어리는 듯하여 더욱 애틋하였다. 그래서 더 자주 둘러보게 된 것 같다. 나는 대구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대구가 왠지 불안하고 측은하였다. 그 불안하고 서러운 마음이 수성못에 대한 시를 많이 쓰게 하고 제목을 『수성못』으로 바꾸게 하였다.
돌이켜 보면 나는 친수성 DNA와 인연 지어져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출생은 낙동강 변이였지만 성장기 동안, 또는 살아오는 동안 앞산 안지랑골, 성당못, 신천, 사문진, 금호강 등 물과 인접한 곳으로 이사 다니며 살아온 것 같다. 그러다가 이제 수성못 주변에 정착하여 꽤 오래 살고 있다.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 자연 중에서도 물과 꽃이 있는 곳이 가장 좋다. 안식처고 피안이다. 물과 꽃으로 아름다운 수성못, 그러고 보면 내가 수성못에 대한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수성못이 나를 데려다 놓고 뭔가를 쓰고 있는지 모른다. 이 시집은 순전히 수성못에 대한 내 사랑의 고백이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