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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황선열

최근작
2023년 11월 <시와 품격>

문심조룡

2011년 처음으로 <문심조룡>을 공부하면서 국내의 번역서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이 많아서 정확한 번역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 오백년 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그 원전을 확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동안 국내와 국외에서 발간된 <문심조룡>을 모아서 각 장마다 비교 대조하면서 원전을 확정했다. 같은 조사라 하더라도 우(于)와 어(於)처럼 다른 표기가 있고, 판본마다 다른 글자도 있었다. 그리고 문장을 가능한 압축하려는 사륙변려문의 형식을 따르다 보니 생략된 글자도 많았다. 생략된 글자는 임의로 넣을 수 없는 노릇이고, 임의로 넣더라도 문장의 리듬이 살아나지 않는다.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라도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사용한 사(辭), 문(文), 언(言), 사(詞), 필(筆)이 있으니 그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사람의 이름을 다르게 쓴 경우는 그 사람의 행적을 찾아서 통일하면 되지만 그 원전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같은 이름을 부르더라도 아명과 초명, 예명이 다 다르듯이 그 문맥에 따라 다르게 표기함으로써 문장의 의미도 달라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원본의 확정은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었다. 삼만 자가 넘는 글자를 하나하나 대조해서 원전을 확정하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출판사에 따라 원문이 다른 글자들이 섞여 있어서 원전 확보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서정의 파문

시란 무엇일까? 시를 읽고 또 분석을 하면서도 늘 의문처럼 떠도는 물음이다. 시를 쓰는 행위만큼이나 힘들고 고단한 일이 시를 읽고 분석하는 것이다. 해묵은 시론들과 최근의 시론들을 두루 읽어보아도 시의 근원에 대한 물음은 시인들의 시만큼이나 다양하기만 하다. 시의 형식론이나 방법론의 준거를 따지지 않는다면, 시란 인간의 성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문학의 한 갈래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언어 기호가 다르고, 그 언어를 전달하는 방식도 다르니 시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의 그림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의 품격도 다양하듯이 시도 그만큼 다양하다는 말일 것이다. 허리 구부리면 모두 시라고 하니 길가의 걸리는 돌부리만큼이나 많고 이름 모를 풀들만큼이나 다양한 것이 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론도 다양하듯이 시의 방법론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끝없는 의문의 파장만 일어난다. 시의 행방을 찾아서 시집을 읽고 또 분석하면서 이제 시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묻고 그 근원으로부터 생기는 파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서정시는 인간의 정서를 풀어낸다는 근본 취지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형식의 변주를 거쳐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서정시는 끝없는 파문을 일으키며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이번 평론집은 그동안 서정을 근원으로 한 다양한 시의 지평을 살펴본 글들을 한곳에 모은 것이다. 오랫동안 시와 철학의 문제에 천착한 시인의 삶을 통해서 시의 근원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기도 했고, 서정시의 근원을 잃지 않으면서 서정의 힘이 무엇인지를 탐색한 시인들의 시를 살펴보기도 했다. 인간의 정서를 보다 나은 곳으로 향하게 하려는 시의 역할이 점차 다양하게 변화되어가고 있다. 서정시가 변화하더라도 그 궁극의 실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 근원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근본이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변주를 거듭하는 서정시는 끝없는 파문의 여정에 놓여 있다. 서정시가 시론과 비평, 시의 원리, 현실과 시의 대응과 같이 그 지평이 확장되긴 했지만 여전히 시는 서정이라는 근본 문제를 벗어나서 생각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이번 평론집에서는 서정시가 확장되고 있는 다양한 파문들을 담아보려고 했다. - 책머리에

아동문학의 근원

이번에 출간하는 아동문학 평론집은 그동안 아동문학을 살펴보면서 아동문학의 근본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탐색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잡초 같은 작품이든 꽃 같은 작품이든 그 근본을 잃지 않은 작품이야말로 문예미학으로서 미적 성취를 획득한 아동문학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좋은 아동문학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아동문학의 근본을 지키는 일이다. 아동문학의 근본은 동심(童心)의 발견에 있다. 동심은 천심(天心)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하다. 그 순수의 절대치는 천심이 아니고서는 안 될 것이다. 천심은 변하지 않는 고갱이가 있으며, 그것은 동심과 같은 순수성과 자연스러운 마음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늘은 절대적이고 변할 수 없는 존재이다. 시대와 공간과 현실이 변하더라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천심이듯이 아이들의 마음도 변하지 않는 순수성을 갖고 있다. 아동문학 작품이 닿아야 하는 궁극의 지점은 이 천심의 발견에 있다. -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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