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저마다의 묵시록을 품고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자주 연옥이 살갗을 스치는 일상 속에서 우리 모두 가끔은 기이한 기적을 체험하며 살아갔으면.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해주신 독자님과 앞으로도 좋은 인연으로 뵈었으면. 독자님이야 말로 진정한 이페머러의 수호자이니까요.
생은 한정되어 있고, 가능성의 세계는 무한합니다. 저에게 소설은 생의 확장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가능성의 세계를 현실로 바꿀 수 있지요. 즉 우리는 소설을 통해 다른 성별과 나이, 지역과 시대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도 가능할 테지요. 수많은 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아이덴티티의 외연을 무한에 가깝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물리학의 모든 탐구가 인간에게 의미가 있다면, 소설이 상상하는 모든 삶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