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헤어보니 문단 말석에 이름을 올린 지 42년이 되었는데, 이제 세 번째 시집을 낸다. 전의 시집도 2쇄에서 끝났다. 시를 공부하며 시를 가르치며 늘 시와 함께 있었는데 시집 한 권 낼 만큼의 시를 쓰기가 이렇게 오랜 세월이 필요한지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늘 시에 목말라하면서도 성에 찬 시를 쓰지 못한 탓이리라. 부끄럼을 무릅쓰고 세 번째 시집을 낸다. 제목을 ‘노을의 시’라고 붙인 것은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무섬마을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만큼의 미학적인 시 한 편 언젠가는 쓰리라는 소망에서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옛말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거의 모든 것이 서울 중심입니다. 필자가 태어나서 지금도 살고 있는 경상북도 북부 지역은 우리나라의 변방에 속합니다. 변방에서 나서 아직도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서울에 살다가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분들은 많지만 변방에서 나서 변방에 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문화라고 한다면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문화의 양상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필자가 살아온 시대와 지역에서의 사람 사는 이야기는 그 나름대로의 문화적 특성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입니다. 변방에서 겪은 이야기가 산문집 『그르이 우에니껴』로 상재된 바 있습니다.
재미있고 의미 있다는 몇몇 독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그때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서 썼습니다. 이 글은 『그르이 우에니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세월이 더 흐르면 사라져버릴 이야기들을 오래되고 낡은 기억 창고에서 꺼내어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 변방서사가 한 시대를 살피고 기억하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