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빛나는 순간 만났던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며
꼭 10년만에 다시 프롤로그를 쓴다. 물론 이 책은 최근 작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했던 글을 포함하고 있지만, 모든 사진을 다시 펼치고 글을 새롭게 썼다고 할 만큼 전면적으로 손을 봤다. 힘겹게 첫 번째 사진 에세이를 냈던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때도 원고를 다 써놓고 출판사에 넘기질 못했는데, 10년이 지나도 이 놈의 글에 대한 자신감은 조금도 늘지 않았다. 당연한 게 아닌가… 나는 펜보다 카메라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한 사진가이므로.
이번 책의 원고를 처음 쓴 2018년 가을과 책으로 묶어내기로 마음먹은 2019년 가을, 그리고 책이 출간되어 나올 2020년 가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니 이렇게나 완벽하게 다른 삶을 살게 되리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연초만 하더라도 여러 계획이 서고, 다양한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결국 실현된 것이라곤 이 책 하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가인 나에게는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의미한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자연의 변화와 시류의 변화, 그 속에서 나의 피사체를 찾고 나만의 세계를 찾아야 하는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은 사진을 빌미삼아 떠난 여행, 스치듯 깊은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 귀 기울여 들었던 음악, 인상 깊게 봤던 영화에 대한 내 이야기이자 나의 전시 목록이다. 목차를 채우고 있는 24개 컬럼은 그 하나하나가 나의 개인 전시 도록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에 선보일 사진을 정리하고 컨셉트와 촬영 의도를 기술한다는 점은 도록을 채우는 작업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가령 컬럼 가운데 ‘그래도 아름다운 것은 꽃’은 얼마 전 북촌의 한 갤러리에서 펼쳤던 개인전 《가花만사성》의 책 버전인 셈이고, ‘하늘 위의 하늘’은 2008년에 발표한 《기억의 하늘》 라인업의 연장선이다. 이미 전시회로 선보인 테마가 있듯, 이중 또 몇몇 작품은 새로운 전시로 이어지고 발전할 것이다.
사진만큼 여행을 좋아해서 여러 도시를 사랑하고, 그만큼 음악도 즐겨서 음악가를 사랑했다. 요즘 여행은 물론 음악 듣기도 힘들어졌다. 책을 끝마칠 즈음엔 다시 여유를 찾고 멀리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낼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해준 정성갑과 힘을 실어준 파람북 출판사에 특별한 감사를 표하며, 영원한 후원자인 나의 세 동생과 몇 해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후배 재호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20년 깊은 가을, 안웅철
프롤로그 : 빛나는 순간 만났던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며
꼭 10년만에 다시 프롤로그를 쓴다. 물론 이 책은 최근 작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했던 글을 포함하고 있지만, 모든 사진을 다시 펼치고 글을 새롭게 썼다고 할 만큼 전면적으로 손을 봤다. 힘겹게 첫 번째 사진 에세이를 냈던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때도 원고를 다 써놓고 출판사에 넘기질 못했는데, 10년이 지나도 이 놈의 글에 대한 자신감은 조금도 늘지 않았다. 당연한 게 아닌가… 나는 펜보다 카메라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한 사진가이므로.
이번 책의 원고를 처음 쓴 2018년 가을과 책으로 묶어내기로 마음먹은 2019년 가을, 그리고 책이 출간되어 나올 2020년 가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니 이렇게나 완벽하게 다른 삶을 살게 되리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연초만 하더라도 여러 계획이 서고, 다양한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결국 실현된 것이라곤 이 책 하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가인 나에게는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의미한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자연의 변화와 시류의 변화, 그 속에서 나의 피사체를 찾고 나만의 세계를 찾아야 하는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은 사진을 빌미삼아 떠난 여행, 스치듯 깊은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 귀 기울여 들었던 음악, 인상 깊게 봤던 영화에 대한 내 이야기이자 나의 전시 목록이다. 목차를 채우고 있는 24개 컬럼은 그 하나하나가 나의 개인 전시 도록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에 선보일 사진을 정리하고 컨셉트와 촬영 의도를 기술한다는 점은 도록을 채우는 작업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가령 컬럼 가운데 ‘그래도 아름다운 것은 꽃’은 얼마 전 북촌의 한 갤러리에서 펼쳤던 개인전 《가花만사성》의 책 버전인 셈이고, ‘하늘 위의 하늘’은 2008년에 발표한 《기억의 하늘》 라인업의 연장선이다. 이미 전시회로 선보인 테마가 있듯, 이중 또 몇몇 작품은 새로운 전시로 이어지고 발전할 것이다.
사진만큼 여행을 좋아해서 여러 도시를 사랑하고, 그만큼 음악도 즐겨서 음악가를 사랑했다. 요즘 여행은 물론 음악 듣기도 힘들어졌다. 책을 끝마칠 즈음엔 다시 여유를 찾고 멀리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낼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해준 정성갑과 힘을 실어준 파람북 출판사에 특별한 감사를 표하며, 영원한 후원자인 나의 세 동생과 몇 해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후배 재호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20년 깊은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