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많은 것에 위로를 받는다. 그 중에서도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지켜주는 고향의 산(山), 그 든든함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먼 여행 끝에 돌아오면 저 멀리서 가장 먼저 반겨주고, 산길 따라 오르면 숲의 향기와 그늘을 아낌없이 내어주며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호남의 명산인 무등산(無等山)은 멀리서 보면 토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다. 그러나 그 가운데는 서석이나 입석처럼 굳건한 암석이 우뚝 솟아 웅장하고 빼어나기도 하다. 그 기이한 주상절리 때문에 상서로운 돌이라는 뜻의 서석산(瑞石山)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모습은 바로 겉으로는 부드러우면서 안으로는 강한 지조가 있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덕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최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더 많은 사랑을 받는 무등산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오랜 역사와 문화가 스며있다. 겹겹의 봉우리마다 숨겨진 계곡마다 선인들의 크고 작은 발자취가 남아있어 의미를 더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시문(詩文)의 나라였다. 지층에 면면히 흐르던 문학적 상상력은 예인(藝人)을 만나면 소리로 그림으로 솟아나기도 하였다.
무등산 시문들도 한문 문집 가운데 상당 수 흩어져 있다. 저 옛날 고려시대 문인들로부터 무등산의 물로 그림을 그렸다는 현대의 의재 허백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인들의 주옥같은 시들은 무등산을 더욱 빛나게 한다. 그 가운데 우선 백 여수를 골라 번역하여 무등산 한시선집을 만들었다. 천년 세월이 흘러 주변 경관이나 세태는 달라졌지만 무등산이 주는 감동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음이 새삼 놀랍다.
파란만장한 이 땅의 역사를 묵묵히 지키면서 우리를 길러주는 무등산에 이 책을 바친다. 아울러 무등의 정신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한시가 있어 무등산이 더 친근한 산이 되면 좋겠다. 이 책의 출판을 맡아준 전남대학교출판부, 원고를 읽고 검토하여 준 호남지방문헌연구소의 여러 연구원들과 지인들에게 감사드린다.
2016년 봄, 푸르러가는 무등산을 바라보면서
무등산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여러 문집 속에 흩어져 있던 무등산 한시漢詩를 모아서 작년 4월에 처음으로 『무등산한시선』을 출판하였다. 그 책을 읽은 여러 분들이 선조들의 문집 속에 있던 알려지지 않은 무등산 시들을 보내주었다.
그러던 차에 전남대출판부로부터 처음 인쇄한 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니 다시 만들자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작년에 출판된 책을 다시 읽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새롭게 고쳤다. 또한 소개받은 무등산 한시들을 더 포함시켰다.
무등산은 호남을 대표하는 명산이어서, 많은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또한 예전에는 시를 짓는 일이 일상화 되어 있었기에, 무등산 한시는 아직 문집 속에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한시의 나라’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호남은 많은 시인묵객들이 활동하였던 한시의 중심 지역이었다.
무등산을 사랑하는 분들과 무등산 한시를 읽으면서 산을 오르는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이러한 작업을 전남대 출판부에서 지원해 고맙게 생각한다. 아울러 교정을 보아준 호남지방문헌연구소 여러 연구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2017년 3월
흰 눈이 덮인 무등산을 바라보면서
김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