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나를
가끔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기분이 좋다.
가끔 돌이켜보고 그리워하는 영국.
가끔 나를 눈물짓게 만드는
액자 속 우리 아버지 필체 ‘지혜야’.
가끔 생각나는
제리코 커피와 그곳을 드나들던 다정한 손님들.
그리고 제리코 속 백마담.
가끔 떠올리곤 이내 피식 웃고 마는
과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수많은 연애담.
누군가 나에게 그랬다.
내가 보고 싶었는지를 묻자 그렇게 대답했다.
‘sometimes.’
나는 어떤 사랑 고백보다도 그 말 그대로가 좋았다.
그리운 것들을 가끔 떠올리는 기분은
아련하고도 황홀한 키스 같다.
곁에 두고 매일 보면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르는.
누구든 나를
가끔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내가 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