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 발을 디딘 지 그리고 이곳 부산으로 터전을 옮긴 지 벌써 삼십 년이 지났다. 낯선 항구 도시, 하지만 세월의 풍화 속에 함께한 무수한 인(因)과 연(緣)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실 속으로 지난하게 뿌리내리려 한 서사의 과정을 부족한 시어로나마 직조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부산’은 이제 내 생의 거처로 성큼 다가온 듯하다. - 서문
사람을 짧게 발음하면 ‘삶’이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삶이 詩의 진정한 경전이라는 것을
不惑을 넘긴 나이에 알게 되었다.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구겨진 휴지 같은 남루한 삶의 주인공이
바로 사람이라는 것도,
산다는 것은 곧 詩作이다.
화려하고 거추장스러운 修辭를 모두 버리고
종이의 전생인 나무에 미안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시집을 얼마 전 생을 놓으신 아버지께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