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수필집 <강의실 너머>를 상재한다. 지난해 정년퇴임을 기념하여 제5수필집 <환승의 의미>를 펴냈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38년 6개월간의 교수 생활을 회고하기엔 너무나 많은 추억들이 남아서다. 그 긴 세월 동안 한 직장에서, 그것도 2,200여 명의 학부 학생들과 150여 명의 대학원생들, 그리고 30명의 박사후연구원들과 만나면서 맺은 숱한 인연에 얽힌 이야기들을 어찌 책 한 권으로 엮을 수 있겠는가?
수많은 이야기 중에 그나마 내 기억 창고에 소중하게 남아 있는 에피소드를 추렸다. 교수 생활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엮다 보니 학생들과의 인연, 대학교수로서의 사명과 활동,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추억이 없었다. 더 많은 기억을 끄집어내고 싶었지만 마흔여덟 이야기만 골랐다. 때로는 아직도 활동 중인 제자들의 소중한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어쩌면 무덤에 갈 때까지 내 머릿속에만 간직해야 할 추억도 있기 때문이다. 이 수필집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가 훨씬 많지만,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욕심을 꾹 참았다.
대부분 새로 쓴 작품들이다. 교수 생활의 추억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몇몇 에피소드들은 이미 발간된 예전 수필집에 수록되어 있던 이야기들을 개작하여 다시 실었다. 「사과와 요구르트」, 「유리 화병」, 「마지막 강의」, 「유리 교수」, 「세상에서 가장 귀한 직업」 등이다. <강의실 너머>란 이 수필집과 꼭 어울리는 소재들이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마흔여덟 이야기를 주제별로 묶었다. 1부엔 학생들과의 인연에 얽힌 이야기들을 모았다. 2부에선 주로 강의실 안팎 이야기들을 엮었다. 3부엔 주로 연구와 관련된 교수 생활에 얽힌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다. 4부엔 외국인 제자나 연구자들과의 인연에 얽힌 이야기들을 묶었다. 5부엔 교수직과 관련하여 내 삶과 인생에 대한 사유思惟들을, 그리고 6부엔 1~5부에서 다루지 않은 남은 이야기들을 모았다. 수필가, 그리고 공학자로서의 삶의 언저리에 얽힌 이야기들이라 볼 수 있겠다.
이 수필집을 통해 40년 가까운 교수 생활을 회고하였다. 제자들에겐 학창 시절의 추억을, 대학생들에겐 대학원에 대한 소소한 정보를, 그리고 이웃들에겐 교수 생활의 단면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의실 너머’는 지난해 3월, 영자 신문사, 방송국과 함께 3개 부산대학교 학생 언론사가 ‘채널 PNU’로 통합되기 전까지 68년간 지면으로 발간되던 주간 《부대신문》의 고정 칼럼 제목이다. 재직 교수들의 에세이로 엮어졌다. 강의실 안팎의 경험이나 사유思惟를 바탕으로 교수 생활의 소회를 밝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2부에 수록된 「바람이 전하는 말」도 이 ‘강의실 너머’에 기고되었던 원고였다. ‘강의실 너머’는 여기 수록된 수필들의 전체 내용을 가장 잘 아우르는 글귀라 판단해 이 수필집 제목으로 정했다. 제목 사용을 허락해 준 《부대신문》에 감사를 드린다.
전재를 허가해 준 나태주 시인 님과 출판사 〈푸른길〉, 〈수오서재〉 및 〈무소의뿔〉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