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파격은 주변적이고 패배한 파격이 아니라 승리해가고 있는 사상의, 생산적인 유물론의, 세계혁명화의 잠재적 가능성에 의해 제시되고 구성되고 있는 존재의 파격인 것이다. 스피노자는 이미 16세기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이론을 마련해주었다. 스피노자의 반근대적 비판은 세계사의 현재성 속에서 지금의 생산력에 근대-이후적 전복을 추구하기 위한 훌륭한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근대에서 탈근대로 오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첫째로 노동력이 변형되었기 때문에 생산관계가 변하였다. 둘째로 자본주의 정권은 사회주의 국가들과 여타 경쟁자들에 승리하면서 전체주의적이 되었고 분명히 더 흉포해졌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제 공장을 통해서만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부를 창출하는 일에 사회 전체를 동원한다. 이제는 노동자들만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전체를 착취한다. 사회에 명령을 내리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일에 자신이 돈을 내지 않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지불하게 한다. 자본주의는 삶 전체를 감싸버렸다. 그 생산은 삶정치적(biopolitical)이다. ... 삶정치적 탈근대에서, 즉 노동력의 변형과 생산적 풍요화가 일어난 국면, 그러나 다른 한편 사회 전체에 대한 자본주의적 착취가 목격되는 국면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이에 대한 대답들을 나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카이로스' 와 '삶을 부여하는 비너스' 다음으로 '다중' 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희망의 재구축을 향하여 벽돌 몇 개를 쌓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