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사샤 콘스탄자 척은 사회구조적 차별을 당하는 소외 계층과 연대하며, 사회적 평등을 구현하고자 노력해온 디자인 활동가다. 그녀는 이 책에서 기존 사회 권력 구조를 공고히 하고 심지어 지배와 억압의 매트릭스를 재생산하는 디자인을 비판하며, 공정하면서도 포용적인 디자인을 모색하기 위한 여러 이론과 활동 사례들을 소개한다. 특히, 퀴어로서 본인이 겪은 차별을 생생하게 전하며, 여러 연구자 및 활동 단체와 진행해온 미디어 정의 활동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구체적 사례들로 풀어낸다. 디자인과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을 고민하는 연구자들의 단단하면서도 틀에 갇히지 않은 신선한 제안, 활동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국은 백인, 유색인, 원주민, LGBQT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건너간 청교도 중심의 백인 가부장제 가치가 주류 질서로 자리 잡았다. 다원적 가치를 존중하고 누구든 의사 결정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겠으나, 실제로는 주류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이 많다. 인종 차별, 성차별, 이민자 차별, 장애인 차별 등 마이너리티에 대한 미묘하고도 예측하기 어려운 차별이 계속됐고, 특히 이런 차별은 교차적으로 발생하면서 더욱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여러 차별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침묵하지 않는다.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커뮤니티를 통해 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많은 미국인이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 시위와 연계해 퀴어 단체들도 '퀴어 리버레이션 마치(Queer Liberation March)(퀴어 해방 행진)'를 진행했다. 비주류 계층이 사회 문제와 정치에 관심을 두고 커뮤니티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공정과 포용성의 가치가 주목받고 관련 사회 활동이 다채롭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커다란 흐름을 이해하고 이 책을 읽으면 좋을 듯하다.
미디어 발전에 따라 많은 디자이너가 디자인과 기술 사용에 대한 윤리와 태도를 고민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디자이너의 윤리적 측면을 또 다르게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듣게 돼 무척 반가웠다. 그녀는 디자인 방향에 따라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해소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디자이너가 그동안 무심코 수행한 여러 작업이 기존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디자이너가 어떤 시각과 태도로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향한 포용과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우리의 선택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권리와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는 'community' 주도의 실천 행동을 지향한다. 'community'는 풀뿌리, 지역 사회, 공동체 등으로 번역할 수 있었으나, 한국에서의 민주주의적 의미나 표현과는 달리 미국 내 사회 다양성 이슈와 연계된 커뮤니티를 지칭하는 측면이 있어 '커뮤니티'라는 용어로 번역했음을 밝힌다.
최근 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부분의 UX 업계에서 교차기능 팀원들로 팀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프로젝트 규모 또는 조직 규모가 클수록 긴밀한 협업과 소통이 더욱 필요하다. 여러 기능 그룹으로 나뉜 팀원들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서로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협업해서 함께 일을 잘 해낼 때 비로소 조직이 제대로 시너지를 내고, 좋은 결과물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협업(協業, collaboration)이란 많은 사람이 일정한 비전과 계획 아래 노동을 분담해 협동적, 조직적으로 일하는 노동 형태를 뜻하는 것으로, 생산 과정을 여러 전문 분야로 나눠 분담한다는 측면에서 분업과 혼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협업의 의미는 기계적인 분업의 의미를 넘어 소통을 기반으로 유연하면서도 기민하게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업무 유형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IT 제품 및 서비스 산업 분야가 크게 발달하면서 협업이라고 하면 팀원들과 허들룸(huddle room)에서 소통하고, 디지털 협업 도구를 사용해 스마트하게 업무를 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 이 책은 이런 업무 분위기에서 활용할만한 다양한 협업 도구와 실무 노하우를 조언한다. 특히 업무를 진행할 때 전략, 기획, 리서치, 디자인, 시각화, 프로토타이핑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생각하고 만들고 점검하게 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인터랙션, 와이어프레임, 프로토타입 등 단계별로 제안하는 유용한 도구를 익혀보면서 협업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협업의 특성부터 어떻게 협업을 촉진할 수 있는지, 어떤 협업 습관과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 등의 개념적 측면도 소개해 디자이너로서 갖춰야 할 태도, 조직 내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협업 방법론과 프로세스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앞서 갖춰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협업하는 태도(attitude)다. 저자는 협업의 요소로 공동의 이해, 포용, 신뢰를 꼽는데, 들을 자세가 돼 있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분위기에서 협업하면 효과가 배가된다고 설명한다. 아무리 훌륭한 도구가 있고,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노력해도 팀원들이 서로에 대해 믿음과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무척 괴로운 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며 집단지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어떤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가, 어떻게 서로에게 자극을 주며 같이 성장하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면서 읽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협업력(ability)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각의 상황에서 어떤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할지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조직 특성, 프로젝트 성격, 팀 구성 등에 따라 디자이너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니즈가 달라진다. 대다수의 UX 디자이너군은 팀원들의 전문성,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돕는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해오고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말을 잘하고 정리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프로젝트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이 상충될 때 갈등을 조정하고 끊임없는 이슈에 지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소통 능력이 특히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항상 공동의 비전(vision),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길을 잃지 않고 가야 한다. 사람들은 같은 목표와 비전을 가질 때 서로 조화를 이루며 더 잘 협업한다. 공동의 비전은 팀원들에게 기능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 성공에 초점을 맞춰 일하게 만든다고들 얘기한다. 팀에서 하나의 비전을 꾸준히 공유하고 함께 수정해가는 것이 커뮤니케이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협업을 잘하는 비결이 정말 있을까 싶은 생각에 그 해답이 궁금했다. 모든 상황,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할만한 절대 원칙을 만나진 못했지만, 번역을 하면서 내가 일하는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고, 선후배들과 공유할 보석 같은 조언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여러분에게도 각자의 협업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은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UX 지도, 디지털 도구, 사례를 소개합니다. 현업에서 사용되는 도구라고 하면 보통은 스케치, 어도비 XD 등 UI 화면과 플로우를 제작하고 동작하게 만드는 프로토타이핑 도구를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런 도구를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디자인 사고 과정에서 사용되는) 디자인 사고를 돕는 도구는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저자는 UX 업무를 하면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UX 지도를 소개하면서, 지도를 제작하는 데 유용한 디지털 도구를 함께 소개합니다.
또한 여러 UX 지도를 소개할 뿐 아니라, 유럽의 UX 트렌드를 간접적으로 경험시켜줍니다. 특히 최근 주목 받는 업계 동향 사례나 실제 산업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각 장에서 만날 수 있는데, 경험자의 말로 듣는 생생한 사례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이 즐거운 여정이 되길 바랍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고민했던 몇 가지를 알려 드립니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user centricity'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사용자 중심적 사고를 견지하는 것 또는 그러한 성향을 의미하는데, 이를 '사용자 중심' 또는 '사용자 중심성'이라는 용어로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에픽(서사), 이터레이션(반복), 에반젤리스트(전도사), 백로그(완성해야 하는 일의 목록), 커스터마이즈(사용자 정의, 맞춤화), 래피드 프로토타이핑, 멘탈 모델 등은 한글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현업에서 영어 단어로 통용되는 측면이 있어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또한 저자는 참 유쾌한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가끔 저자의 앞선 유머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도록 의역했습니다.
이 책은 UX 업무의 본질, 조직 안에서의 UX 직군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게 합니다. 저자는 지도 중 하나로 사용자 스토리 지도에 대해 소개합니다. 과거에 사용자 스토리 혹은 유저 스토리라고 하면, 사용자 관점에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개발 관점의 방법론으로 생각되곤 했습니다. 마이클 콘과 같은 애자일 에반젤리스트들도 UX 디자이너가 개발 프로세스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지만, 뭔가 답답함이 남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UX 디자이너가 실천할 수 있는 애자일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2장과 11장을 참고해주시면 좋습니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모든 지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4D UX 지도를 제안합니다. 4D UX 지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설득의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이-인(buy-in)'이라는 점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갖던 사람이 귀를 기울이고 그 내용에 대해 좀 더 고민하는 단계를 바이-인이라고 하는데, UX 지도의 목적을 바이-인 즉, 설득에 두고 있습니다. UX 실무를 하면서 참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인은 중요한 티핑 포인트일 듯합니다.
많은 UX 실무자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함을 알면서도 문서 제작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구 사항 문서도 중요하지만 그 목적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읽는 동안 즐거운 탐색의 시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법론 근처를 서성이는 사람들을 위하여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자이너와 학생들을 위한 디자인 방법론에 대한 책들이 대거 출판되고 있다. 『퍼소나로 완성하는 인터렉션 디자인About Face 3』, 『그래픽 디자인 씽킹』, 『인간 중심 UX 디자인』 등 디자인 방법론을 다룬 책만도 수십 권이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디자인 사례를 세미나/워크샵을 통해 서로 공유하고 공부하는 등 디자인 학습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디자이너들은(숙련된 디자이너라 할지라도)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스러워 한다.
이 책은 초보 디자이너들도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디자인 프로세스 및 방법론들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을 느낄 때 혹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초반부에 읽으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의할 점: 길 잃지 말기
노먼 포터의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어보셨는가? 선배 디자이너가 후배 디자이너에게 먼저 답을 술술 풀어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제대로 된 UX 디자인 방법론』이 베테랑 전문가의 프로젝트 진행 프로세스 및 방법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면,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는 방법에 매몰되지 않도록 디자이너로서의 역할 및 디자이너 목적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문하여 스스로를 경계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노먼은 학생, 디자이너가 다음의 3가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미래에 대한 상상 속에 사는 것을 미래를 보장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기는 것, 두 번째는 방법과 기구(도구)가 정신, 태도보다 중요하다는 생각, 세 번째는 성취감이다. 방법론 관련 서적을 읽는 선후배 디자이너님들과 공유하고 싶어 소개 드린다. 반 세기 전에 적은 글임에도 당시 방법론을 부르는 용어나 명칭만 달랐지 사용자에 대한 관심, 방법 등은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 노먼은 실질적인 면(디자인의 기본 '역할'을 일컬음)에 전념하지 않고 '방법론'이나 '프로세스'로 도피하는 것이 최악의 오류라고 거듭 경고한다.
우리에게 방법론이 목적이 아닌 도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Killer UX Design
이 책의 영문 제목은 'Killer UX Design'이다. 프로젝트 목적 및 배경,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 성향에 따라 Killer UX로 선정되는 결과물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체로 사용자에게 유용하고 차별성이 있어 개발 우선순위가 높은 항목들을 칭하는 용어일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되고 장소/시간에 관계 없이 네트워크에 연결된 삶이 가능해지면서 무수히 많은 제품, 기능,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것들 중 어떤 경험을 기억할까? 가령 스마트폰 OS 업그레이드 시 수백 가지의 개선이 이뤄졌다고 해서 사용자들은 그 변경점들을 속속들이 다 이해하고 사용할까?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OS 업그레이드 혹은 플래그십 모델 런칭 시점에 인터넷 블로그 관리, 언론 기사, 언팩 행사 등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통해 이전 대비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대대적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기능들 중 사용자들에게 가치 있게 기억되는 기능들은 정작 몇 개 되지 않는다. 최고 사양의 하드웨어와 새로운 기능 개수가 사용자들의 만족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경험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하다.
함께 Killer UX를 잘 만들어내 보자는 의미에서 이 책 『제대로 된 UX 디자인 방법론』을 읽어보시길 추천 드린다.
다량의 데이터가 예측, 자동화, 생성, 소통 등 다양한 기능과 접목되면서 인공지능 제품과 서비스의 범주가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UX 디자인의 대상도 유연해지면서 디자이너의 업무 영역도 달라지고 있다. 이미 누군가는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가상 비서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고, 누군가는 디지털 헬스케어 또는 비즈니스 자동화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변화에 맞춰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다양화되고, 많은 기업에서는 직원들을 재교육해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역량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커톤, 오픈스페이스, 디지털라이프데이 등 다양한 이름으로 DX 전담 조직을 꾸렸으며, 데이터 직군이 아닌 직무에서도 파이썬, R을 배우려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 디자인 과정에서도 데이터 기반 리서치, 시각화, 사용자 행동/전환율/이탈률 분석 등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려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이 전산업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여러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모든 인공지능 솔루션이 성공한 것은 아니며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개빈 루와 로버트 M. 슈마허 주니어는 인공지능의 성공은 사용자의 만족스러운 경험에 달려 있으며, 사용자가 AI 기술을 채택하는 데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UX 디자인 실무와 교육을 오랫동안 해온 베테랑 디자이너로서,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인한 업계 변화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떤 부분을 고려하고 주의하면서 업무를 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그동안 인공지능 기술 서적은 많았지만 디자인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소개한 서적은 찾아보기 어려워서 책을 읽는 내내 반가웠다.
이 책은 UX 방법론 서적처럼 인공지능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에 유용한 방법론을 세세하게 소개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 페르소나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며, 자연스러운 대화 시나리오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챗봇 기술이나 업무 자동화 솔루션은 어떤 정보 구조가 더욱 효율적인지 등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노하우 보다는 기술의 가능성을 제품으로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기술이 사용자 관점에서 사용자가 수용하도록 만들어져야 하고, 인공지능에 활용되는 데이터가 중요함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특히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이터에 따라 결과물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들은 사용자가 보지 못하는 윤리적 측면도 미리 고민해서 기술이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이슈거리를 환기해준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 경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더 나은 인공지능 제품과 서비스들을 디자인하게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