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인 아내와 50여 년 살면서 물질 가는 날이면 긴장의 끈을 놓아본 적이 없습니다. 바다 날씨가 좋든 궂든 노심초사, 늘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입니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이따금 해녀 사고라 하면 아내의 모습이 겹치면서 덜컹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고 해를 거듭할수록 아내는 경제적인 욕심보다 생활의 활력소로 물질을 다녀와야 살 것 같다 말합니다. 천길 물속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을지 몰라도 해녀의 속내는 바다 날씨와 그날의 해산물에 따라 나날이 다릅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립니다. 오래갈 것 같지 않은 해녀들이기에 그 정신과 생활을 시詩 한 편으로라도 남기고 싶을 따름입니다.
이번 시집은 해녀의 생로병사나 다름없는 생활을 시로 엮었습니다. 제1부엔 신작 시 103편을, 제2부엔 기존에 발표했던 해녀 시 중에서 100편을 선별해 오탈자와 어색한 표현을 바로잡고 행간을 첨삭했습니다. 그리고 부록으로 우도 마을별 해녀 수와 물때표, 연도별 소득을 싣고, 812개의 낱말을 풀이한 우도 해녀들의 말을 작은 사전 형식으로 묶었습니다.
책이 출간되기까지 애써 주신 한그루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시집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내자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