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당산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채 굳건하게 마을을 수호하는 정신적인 신목이었다.... 사라져 가는 우리의 당산나무와 그와 관련된 전통을 기억하는 데에 조그만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사진집을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초판이 나온 지 3년이 지나 일부 사진을 보충하고 책의 판형을 키워 이번에 개정판을 다시 낸다.
사진은 나의 인생이었다
세월은 참으로 빨라서 어느 덧 고희를 맞게 되었다. 젊은 스무 살 청년이 사진과 인연을 맺은 지도 50년이 되었다. 내가 처음 사진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1년 여름, 카메라를 판매하는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이 회사에 다니면서 우리나라에도 대학에 사진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청운의 꿈을 안고 사진학과에 진학했다. 당시에는 사진학과가 생소하던 시절이었고, 사진 관련 장비들도 대부분 수입품인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공부하기가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사진가로서 큰 꿈이 있었기에 어려움을 참아가며 사진공부에 매진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꿈이 현실이 되어 1984년부터 2019년까지 대학에서 사진학 교수로 35년을 봉직하였다. 또한 정년퇴직 후에는 화순군립 천불천탑사진문화관의 명예관장으로서 계속하여 사진문화 발전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50년을 오롯이 사진 교육자와 사진가로서 살아왔으니 돌이켜보면 ‘사진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사진 50년, 인생 70년을 기념하기 위해 <돌의 형상>이란 주제로 사진집을 출간하고 사진 전시를 열면서 감회가 깊다.
<돌의 형상>은 퇴직 후에 더 많은 시간을 몰두하여 완성하게 된 작업이어서 그동안 해온 내 사진작업의 총체적인 결과물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번에 발표하는 돌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발표해온 당산나무와 남도사람들, 남도의 정자와 초가 등 나의 사진작업들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아날로그 방식의 흑백사진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그동안 나의 작품들이 가진 철학적 사유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남도의 공기, 남도의 색깔, 남도의 정취, 남도의 문화와 풍경을 호흡하고 눈에 담고 온몸으로 느끼기 위하여 집을 나선다. 살아있음의 기쁨을 온전하게 누리게 해주는 ‘사진’.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 남은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전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