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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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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못다 쓴 이별편지>

그 사람이 보고 싶습니다

투명한 유리창 서걱거리는 밤하늘은 늘 번잡한 고속도로다. 그 길을 헤집고 다닐 때 도톰한 지갑 속은 신사임당이 그늘에서 쉬고 있었고 세상은 밝게 볕에서 웃고 있다. 별빛은 안경 너머 거울 앞을 서성거리며 한낮 뜨거웠던 열기를 멈추게 했다. 수년이라는 세월은 덧셈으로 둥둥 부푼 안개를 뿌렸고 잘게 썰어둔 낱말이 농익은 듯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멈출 수 없던 손놀림은 그럴싸한 문맥을 짚어가며 청아한 샛강물을 홀짝홀짝 들이마시고 컥컥막힌 숨통을 트이게 했다. 덜컹거리는 찻잔, 언제나 부족한 대로 입맛을 다시며 투명한 유리창 틈에 허우적거렸다. 텁텁해진 가슴뼈 한 조각을 꺼내어 서재 한쪽 책장에 숨겨두기로 했다. 문득, 아파트 울타리 넝쿨장미가 필 무렵 멀건 사내의 손마디가 덥석 잡아 줄 것만 같았는데 벌써 의자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흡족한 표정은 웃음도 찡그리며, 그래서 서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별을 따러 떠나야 겠다. 2021. 투명한 인간 저자 박가을

사랑을 훔치다

그래, 그래서 인생의 전환점에서 바라보았다. 짙었던 녹색의 계절이 삭혀가는 가을날 문득 뒤를 돌아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가는 길이 어디이며 가야 할 곳도 어느 곳인지를 묻고 답을 얻기 위해서다. 거울 앞에서 반추되어 있는 내 모습은 그분의 형상을 따라가려는 몸부림 또한 헐거운 사내는 말없이 얕은 미소로 따라서 가야할 곳을 말했다. 그래 그래서, 세상을 엿듣고 훔쳐보며 시어詩語를 다듬는 솜씨로 뼈가 있는 문체를 채색하는 과정은 지나온 삶의 길목에서 그는 벗이 되어있었고 젊은 스승으로 늘 버티고 서 있었다. 생각하는 길이와 깊이가 더해지는 순간마다 아끼고 숨겨 두었던 언어를 깨내어 가슴 안에 넣고 배알하는 고통은 어느 시인에게도 적중하는 심장의 떨림일 것이다. 저 높은 곳에서 내 영혼을 지켜주시며 늘 함께하시는 버팀목, 그분은 오늘도 새벽길을 함께 나서며 어느덧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을 재촉하는 마을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사랑을 훔치며 그 사랑을 그 누군가 훔쳐서 떠나는 나그네, 인생길에서 참 좋은 사람들 그들이 곁에 있어서 고맙고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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