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아직 직장에 다니던 나는 틈틈이 단편을 한 편씩 썼다. 햇수로 2년 걸렸나. 순서도 게재된 순서와는 다르다. (중략) 지금은 직업으로 글을 쓰고 있다. 즐거움을 위해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쾌락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만둘 수는 없지만, 이 소설을 쓰던 당시의 나 자신으로는 아마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남자 탐정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읽을 때와 여자 탐정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읽을 때 몰입도가 많이 다르다. 남자 탐정을 그리는 책을 읽으며 재미있어서 흥분해도 다 읽고 난 뒤 책은 깨끗하다. 여자 탐정이 나오는 책은 손에서 땀이 묻어 끈끈하고 꿀렁꿀렁 물결친다.
남자 탐정이 다치는 장면에서는 가끔(가끔이라니까) 더 보여줘(하트) 같은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여자 탐정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무슨 짓이냐고 화낸다.
나는 공교롭게도 호화 여객선을 타고 여행한 적은 없지만, 와카타케 나나미와는 과거에 몇 차례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 여행을 같이 한 바 있다. 그녀와 여행 갔을 때 가장 감탄한 것은 빈틈없고 꼼꼼한 성격이었다. 여행중에는 돈 계산, 여행이 끝난 뒤에는 앨범 제작을 완벽하게 해낸다. 나도 따라해보고 싶은데 성공한 예가 없다. 이런 꼼꼼함과 재주가 미스터리 작가의 자질인 걸까 싶다.
정확하면서 대담한 와카타케 나나미의 여행 미스터리. 무대는 복고풍 새장과도 비슷한 세피아색 쇼와 초기다. 나는 그녀가 새장보다 더한 애착과 열성을 가지고 하코네 호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경위를 알고 있다. 독자 여러분이 그와 똑같은 애정을 가지고 이 여행을 즐겨주시면 기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