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만리
만만리에 계셔도
한 치 앞인 양
별빛보다 더 고운 꿈 품고
살짝 오셔서
내 가슴 속 녹슨 자물쇠 여시고
이 가슴 독차지하신 분
“내 끝날에 웃을 수 있겠네”
내 안부 전했거늘
뭇별의 저 환호
나도 그만 풀꽃 속에 머리 묻고
흐느끼면서 울면서
어느새 순하디 순한 달빛이 날 감싸주는데도
울면서 목놓아 울면서
이 늙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릴 수밖에요.
2020년 초봄
이 책을 내놓으면서
안녕하십니까.
제주 민요와 농요는 근로에서 오는 피로를 잊기 위한
민중의 소산으로 노래, 소리, 타령으로서
또 서민의 詩라고도 했었습니다.
동요 또한 어린이들 정서와 성장 과정에서
올곧게 자라는데 큰 몫을 차지했으리라 믿으면서
옛 어른들 어렸을 때 부르던 동요를 찾아보고 싶었는데
사실 구전으로 내려오던 것이 대부분이라
찾는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우리 어릴 적 동요 한 구절만 생각나도
살을 붙여 보았습니다.
우선 여기 동시 한 편을 실어봅니다.
(중략)
지금 소멸 위기에 처한 제주어는 변두리어나 사투리가 아닌
고유언어로서의 큰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 전승보전 하는 데에는
더욱 우리 어린이들에게 제주어를 잘 구현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그 중 제주어 동요 부르기도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또 이 책 끝 부분에 ‘천칭만칭 구만칭’이란 글엔
제주어에 의태어, 의성어들이 미적 감각 뉘앙스들이
유별나서 다른 지방어에 비교할 바가 아니라는
학자들 말과 같이 사람들 얼굴 모습들이 다 다르듯이
성질들 그 다양함을
옛 어른들은 ‘千層萬層 九萬層’이라 했었는데,
그 다양함을 지금 적어 놓지 않는다면
후에는 다 잊혀져 버릴 것이라 생각돼서
찾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슴마다에
제주어의 소중함을 간직해 주셨으면 하는 깊은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