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줄과 짐』은 영화에 반한 사람들에게는 분량상 영화자막으로 온전히 담기에 한계가 있었던 로셰의 시적 문장들과 행간의 생각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성숙의 표징인 듯 당연히 체념하게 되는 우리 안의 욕망을 돌아보며 잠시나마 가슴 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상대를 위해 죽을 정도로, 또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치열하고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다는 욕망을 우리는 감히 드러내지도 실현하지도 못하지만, 언제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잠깐일지언정 못내 부러워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