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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윤영수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2년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4년 11월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귀가도

‘소설’이라는 거대한 이름의 나무를 거머잡고 흔드는 일이 누구에게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온갖 불평에 엄살을 늘어놓으며 오래 끙끙거려도 그리 창피한 노릇이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위안이 된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도에 꺾인다 해도 내가 고집했던 그간의 목표가 허황되거나 허망한 것은 아니었다는 확신, 어떠면 그것은 영원불변한 진리의 한 조각이어서 삶의 부질없음조차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이 있어 그럭저럭 나는 행복하다. 죽어 땅에 묻히지 않았으니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겠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결코 평탄치 않을 내 남은 작업을 위하여 건배. 보석처럼 단단하고 영롱한 열매를 얻어낸 앞선 시대의 소설가들, 그리고 낮이나 밤이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이 시대의 진정한 소설가들을 위하여 건배.

소설 쓰는 밤

오랜만에 책을 묶는다. 몸이 시원찮았던 탓도 조금은 있다. 정신, 지력이라는 게 몸의 일부가 분명함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더 큰 이유는... 내 작품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마음에 드나 보지, 문우가 웃었다. 글쎄, 그동안 내가 뻔뻔해졌나. 다시 보니 봐줄 만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단한 지 15년이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 캄캄한 사방을 둘러보며 희미한 지등 하나 손에 쥔 것 없어 서글펐지만 결국 나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봄밤, 소설을 쓰느라 스스로를 노려보는 고단한 영혼들에게 감히 용기를 내어 이 책을 바친다.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때가 되면 나 역시 죽음을 맞으리라. 내 몸뚱이와 거기에 잠시 깃들었던 의식도 연토의 말대로, 금방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를 이루었던 일부 또는 작은 분자들이 불로 물로 나무로, 또는 수도 없이 흩어져 누군가의 사진 속 자연의 한 풍경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그러다가 어느 날, 연토의 말대로, 멀리 또는 바로 가까이의 분자들과 합쳐져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나는 일이 있을지 모른다. 새 삶을 얻는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행운이다. 길고 긴 무념, 지구라는 땅덩어리의 수십억 년 세월에 비하자면 거대한 바다고래나 열대 밀림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현미경으로나 보일 미생물로 태어날지라도 그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기적이다. 그런 기적을 또다시 어찌 바라랴. 뭐, 굳이 생명으로 태어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물 한 방울이 되어 시냇물로 폭포로 바다로 또 구름으로 떠돈들 어떠랴. 혹시 알겠는가. 땅으로 땅으로 스며들어 단풍동 어른이들의 몸으로 들어갈지도. 그러다가 또 어느 날 옛 분들의 말씀대로 ‘젊어지는 샘물’이 되어 이 땅 어느 바위틈으로 다시 솟아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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