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십여 년 전 전라도로 이주했을 때, 나에게는 몇 가지 바람이 있었다. 첫째로 늙으신 부모님들 곁에 살고 싶다는 것. 두번째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성지인 광주의 곳곳을 내 발로 디뎌보고 싶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라져가는 전라도 방언을 내 귀로 듣고 새기겠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그 세번재와 관련이 깊다. 아픔이 많은 전라도 땅에 살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나는 민중들의 삶을 엿보며 스스로를 위무할 수 있었고, 새로운 방언을 만나기라도 하는 날에는 금백을 발견한 듯 하루 종일 들뜨기도 하였다. 또한 민중들의 삶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십여 년이 걸렸다. 그 동안의 나의 외출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분들의 나이는 내가 만났을 당시의 나이라서 지금의 나이와는 다르다. 또 어떤 분들은 유명을 달리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소설가라는 꼬리표 하나가 더 붙은 게 벌써 칠 년 전의 일이다. 먹고살 길을 찾다가 쓰게 된 것이 소설인데,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앗다. 동안 세기가 바뀌었고 생활은 더 모질어졋다. 그래도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처음 쓴 장편소설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출판사에서 엮게 되었으니.
댐 건설로 인해 터전을 잃게 된 수몰민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약간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이 소설을 그분들께 바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