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없는 꽃이라도 피워보겠다는 저열한 욕망의 산물, 존재의 이유를 위해 긁적거린 허기진 벽보, 거짓 치열로 지순한 치열을 농락한 비루한 지갑, 이 책의 본색이다.
본색을 밝히니 편하다. 편함 속에 묻혀있는 우울, 자조, 후회는 오로지 내몫이다. 애정어린 격려를 기대하는 비열함도 본색의 일부다. 비열한 본색이 우아한 위선보다는 낫다.
구보 씨의 꿈이 나에게 덜컥,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매주 벌어지는 기적의 방망이춤에 나도 꽝 얻어맞고 싶다. 살면서 남에게 모진 짓 한 적 없으니 자격은 된다. 완벽한 설계도를 그려놓았으니 당황할 일 없다.
아이가 커가면서 단순하다는 것이 저렇게 감동을 주는 것인가라고 경탄과 경이로움으로 흥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선명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편견과 계산이 없는 잣대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면 나는 그것이 그렇게도 대견하고 설레였다.
혹시 천재는 아닐까라는 착각을 즐기며, 재치와 순발력을 발휘할 때마다 메모를 해두었다. 순간 포착에 열중하는 사진작가처럼, 설레임으로 살아온 7,8년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아이들은 유아기 때 이미 평생 효도의 대부분을 부모에게 선사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