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의 그림은 이 세상과 약간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흔히 그의 그림을 두고 20세기 초 미국인의 삶의 변화에서 온 만족감과 불안감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관객들이 그의 그림에 그토록 강렬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다. 그의 그림은 사회상의 기록도 아니고, 불행에 대한 은유도 아니다. 게다가 미국인의 심리적 기질에 관한 것도 아니다. 호퍼의 그림은 현실이 드러내는 모습을 넘어서는 것으로, 어떤 '감각'이 지배하는 가상 공간에 관객을 위치시킨다. 이 책의 주제는 바로 그 공간을 읽어내는 것이다. - 마크 스트랜드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