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와 아일릿을 좋아하는 주동이 덕분에 나도 아이돌 노래를 실컷 들으며 운전한다. 어쩌다가 내 취향의 노래를 틀면 주동은 윽! 하면서 귀를 막는다. 이게 귀가 썩는 느낌인가!라고 외치며. 주동을 미술학원에 들여보내고 나면 두 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긴다. 강일동 스타벅스에서 한 시간 작업하고 차를 몰아 고덕역 이마트로 향한다. 이게 전부 다 주차비 때문이다. 공연히 드넓은 이마트를 떠돌다 보면 몇 푼 아끼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현타도 오고. 그러고 보니 나에게 육아란 곧 ‘무료 주차장 찾기’일 수도 있겠구나.
묵동에 살 때 직접 걸었던 산책 루트를 『산책하기 좋은 날』로 가져왔다. 쓸 당시에는 현재였는데 지금은 과거가 됐다는 게 슬프기보다는 유머러스하게 여겨진다. 자양동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나는 여전히 행정단위를 가로지르는 산책을 즐긴다. 최근에는 한강변을 따라 뚝섬에서 성수까지 걷는 걸 선호한다.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성수공업고등학교와 성수동성당 사이에서 폐가에 가까운 초가집을 발견했다. 초가집 외벽에는 붉은색으로 앵무새 신내림이라고 쓰여 있었다. 대문이 열려 있었는데 겁이 나서 들어가지 못했다. 문제는 그 뒤였다. 호기심이 동해 몇 번을 찾아갔지만, 이상하게도 다시는 그 초가집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초가집 찾기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이사 갈 때까지 초가집을 찾는 게 산책의 목표다. 며칠 전에는 산책기를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도 개설했다.
소설가
목표 1조 자산가
중장거리 산책자
디저트 매니아
블로그 타이틀은 인간만만세, 닉네임은 보존지구이며, 프로필은 위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