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본질과 일체성’이라는 이해의 바탕에는,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가 현재(까지)는 마주치지 못한 것과 영원히 마주치지 못하게 될 것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악의 본질 파악과 관련해 문제는 안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 머물지 않는다. 지구의 밤하늘에서 보는 달의 뒷면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배율 또한 천문학적으로 축소된 크기이듯, 부소니가 보기에 현재까지 드러난 음악은 거대한 전체 입체의 지극히 작은 평면이나 다름없다. 음악은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헤아릴 길 없고 탐사될 수 없는 무한과 초월의 존재인 것이다. 음악의 영토가 이토록 광활하다면 그 안에서 음악은 자유롭고 포괄적인 일체다. 우리가 장르와 용도를 나누어 익숙하게 긋는 구분선이란 음악의 본질과 무관하다는 것이 부소니의 생각이다. (...)
부소니는 음악의 본질을 우리 인간이 오롯이 인식하는 날, 구현하는 날은 없으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비관적 탄식이 아니다. 탐색하고 노력하며 나아갈 길이 끝없이 놓여 있다는 신나는 확신이다. 그런 확신 속에 작업하면서 무한한 음예술의 “‘옷자락’ 하나라도” 붙들어 “솔기 하나라도 직접 꿰매고”픈 강렬한 소망의 다른 표현이다(‘자기 관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