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본질』의 저술 동기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의 “인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기획에 참여할 때 싹이 텄다고 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이 책에 대한 구상은 1980년대로 소급시킬 수도 있다. 여러 논저들을 작성하면서 혹은 단순한 아이디어의 형식으로 혹은 동서양 이론의 수용을 통해 씨를 뿌리고 그 후 몇 십 년을 보내면서 이제 본질론이란 열매를 거두게 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젊은 시절 수용했던 동서양 이론들 중 이제 풍성한 열매를 약속할 만한 것을 가려내고, 바로 잡기도 하고, 보완하기도 하고, 키워내기도 하는 작업을 했다. 물론 이 책을 쓰는데 이런 작업은 그야말로 부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수 주 동안 수집하고 탐독하여 고민한 끝에 초고에 집어넣었던 자료들을 다시 빼낼 수 밖에 없었을 때는 실로 허탈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문사철의 동서 고전들을 여러 차례 정독한 끝에 원고로 살려내는 희열도 느꼈다. 본질론이라는 것이 시각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는 것임을 톡톡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