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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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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천양희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2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부산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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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시를 잊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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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며 사람이니까 사랑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어쩌면 아름다움처럼 덧없는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가치가 아닐까 싶다. 삶이나 사랑은 돌이킬 수 없으므로 흐르는 강물 같은 것. 그래서인지 사랑할 때 사랑하라는 말이 참,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나는 뼈아픈 자로서 이 글을 썼다. 모든 문학의 주제는 삶과 사랑과 진실의 추구라 믿으면서. 모든 것은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삶은 나에게로 이르는 길이었다.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누추를 입고 한 시절을 보내고 슬픔을 힘 삼아 시를 가졌다 돌아보니 허울이 허물보다 두껍고 걸어온 발자국이 비뚤비뚤하다 내가 나를 너무 살펴 두 손으로 세상을 받지 못한 탓이다 가파른 나를 살려준 건 시였지만 굽은 마음을 펴게 해준 건 눈물을 아는 벗들이었다 나의 울음터가 되어준 시가 고맙고 정처없는 나를 손잡아준 벗들이 고맙다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되어 무릎 꿇어야 보이는 작은 것들을 생각한다 간절함이 핏속을 도는 바늘처럼 따갑다 햇빛이 들지 않아 손이 시린 아침 나도 어둠을 벗고 햇살 속으로 망명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죄없는 일이 시쓰는 일이라고 아직도 믿으면서. 2011년 1월 수락산 끝자락에서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므로 고통은 위대하다고 누가 말했을 때, 타인의 고통을 바라볼 때는 ‘우리’라는 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나’는 또 하나의 타인이며, 세상에는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카메라에도 안 잡히는 게 세월이며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게 인생길이니까. 나는 그동안 막다른 길에 다다르거나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삶을 주도하는 진짜 힘은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인간의 강점 중 하나는 멍들었다고 해서 썩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헤맨다고 다 길을 잃는 것은 아니듯이. 한때는 “추억이 고통이었고 기억이 고문”(프리모 레비)이었지만, 지금은 나를 아프게 했던 많은 것들을 고독을 지키면서 넘어서게 되었다.

나를 살린 문장들

시는 슬픔과 기쁨의 경계에서 꽃핀다. 좋은 글은 날카로운 통찰과 따스한 다독거림으로 처음과 끝을 열고 맺는다. 이 책에 담긴 시와 문장들은 내 인생의 반려이며 나를 살려준 평생 공부의 고갱이라 할 수 있다. 나를 살렸다면 다른 이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지극해지면 온 세상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입

시 생각만 하다가 무엇인가 놓쳤다 놓친 것이 있어 시 생각만 했다 시 생각만 하다가 무엇인가 잊었다 잊은 것이 있어 시 생각만 했다 시 생각만 하다가 세상에 시달릴 힘이 생겼다 생긴 힘이 있어 시 생각만 했다 그토록 믿어왔던 시 오늘은 그만 내 일생이 되었다. 살아봐야겠다

단추를 채우면서

고독이 두려워서 고독을 탐구하듯이 시가 두려워서 자꾸 시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을 쓴다는 것은 그것을 산다는 것이다.

마음의 수수밭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어 수수밭을 지나 머윗잎 몇장 더 얹어 여기까지 왔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세상에서 가장 먼 길 그 길을 따라 스물다섯해 발자국을 옮겼다. 그동안 새긴 발의 자국! 시인 김승희가 고독의 금속 위에 한뜸 한뜸 새긴 발자국이라고 감히 「두이노의 비가(悲歌)」에 견주어 말했을 때 그 말이 진정한 비평처럼 나를 슬프게 하지 않고 아프게 했다. 그 아픔이 시란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고독에 바치는 것이며 시인이란 ‘적막’이라는 무서운 짐승을 기다리는 고독한 사냥꾼이라고 또 넌지시 말해준다. 그 말의 힘으로 시를 품어서 꿈을 키운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 만평쯤 되는 시밭을 들여놓고 싶다. 한편은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다른 한편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한편은 우리를 외면한 사람들을 위해 바쳐졌으면 좋겠다. 우주가 넓을수록 지평선이 커지듯이, 침묵에도 파문이 일듯이 마침내는 모르는 이의 마음도 수수밭을 지났으면…… 2019년 가을 - 다시, 시인의 말

벌새가 사는 법

모든 사람의 생애에는 구멍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 그 구멍을 오래 들여다본다. 육필시를 그곳에 내려놓는다. 이런 날은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인 것만 같다. 시가 없다면 내 몸의 유배도 없을 것을…

지독히 다행한

머리에서 가슴까지 참 먼 길이었다 그 길이 나를 견디게 했다 2021년 3월

직소포에 들다

나는 오늘도 시를 태아처럼 낳고 막막한 길을 걸어간다. 나를 찢고 나올 내 시는 나의 분신이다. 분신은 나를 아프게도, 믿게도 한다. 시인 된 지 올해로 사십 년이 되었다. 첫 시집은 등단한 지 십팔 년 만에 냈었는데, 시에 대한 산문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도 카뮈처럼 '처음'이란 단어에 매혹을 느낀다. 시에는 나이도 없고 불혹(不惑)도 없다. 늙지 않는 정신이 있을 뿐이다.

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짧은 지면에 시인들의 열정과 사랑과 애환을 다 쓸 수는 없었지만, 그 글을 쓰는 동안 그들은 나를 참 많이 울게도 웃게도 했다. 나는 그때 무엇보다 시는 힘이 세다는 것을, 어떤 권력도 시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시는 음악처럼 일시에 지치고 피곤한 몸을 춤추게 할 수는 없지만, 어둑어둑한 마음을 환하게 하고 절실하게 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많은 이들을 울게도 웃게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

사랑이 나를 끌고 갈 때 내 침묵에 파문이 일어나고 말에도 결이 생겼습니다. 그 파문이, 그 무늬가, 물결처럼 바람결처럼, 숨결처럼 누군가의 마음속에 스몄으면 합니다. 마음속에 있는 것들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내 몫의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독자여, 읽는 내내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읽으시라 그리고 128편을 모두 다 가슴으로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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