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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종숙

최근작
2021년 10월 <부동산 50년 이야기>

가난하고 힘들어도

육십 중반을 넘어섰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 용기와 패기도 사라졌다. 동분서주하던 활동의 폭이 서서히 좁아지기도 했다. 인생의 막바지에 아무것도 내놓을 게 없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나마 봉사활동이라도 해온 것이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기부금이나 물품을 보내는 것보다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몸으로 실천하는 봉사에 더 보람을 느꼈다. 도움을 받기보다는 나누어 주고 베풀며 살아가는 게 더 즐거웠다. 열심히 버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실 있게 쓰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삶이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되어 무척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만감이 교차했다. 그때마다, 기억 속에 퇴적되어 있는 수많은 추억들이 웅성거렸다. 잘못된 길을 걸어온 적도 많았지만, 힘겨운 시절에 이만하면 잘 살았다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살아온 삶을 내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손녀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온 인생을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흔적들을 얼마라도 건져내어 글로 남겨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막상 글로 남기려니 걱정부터 앞섰다. 삶의 기억들을 글로 옮길 재주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글을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고, 되거나 말거나 그냥 기록해 보자면서 책상머리에 앉으면 머릿속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고 있을 때, 친구 주영화가 글을 배우러 가자는 제안을 했고, 나는 스스럼없이 따라나섰다. 글쓰기에 대한 강의를 들어도, 기초가 없다보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너무 많았다. 포기하기도 여러 번 했었다. 그때마다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들의 지도와 격려에 힘을 얻었다. 글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써내려 가라는 말에 용기가 생겼다. 낙서 쪽지에 지나지 않는 글이지만, 한편 두편 긁적여 모은 지가 어느 새 20여 년이 넘었고, 글도 여러 편 모였다. 어설프더라도 한데 모아 책으로 엮기로 했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 글을 세상에 내어놓는다기보다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는다고 생각하며 만용을 부려보았다. 보잘것없는 내가 이런 용기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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