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사라져 가는 사물들이, 우리 고장의 역사와 환경이, 기쁜 일 슬픈 일 등 마음에 무늬를 만들었던 일들이 질서 없이 쌓였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가리고 다듬어 첫 동시집 『시간을 담는 병』에 담았습니다. 추운 겨울 누군가 불을 지펴 데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락모락 수증기가 피어오르던 고향 우물. 뜨거운 여름 에어컨 앞에 선 것처럼 서늘한 기운을 가진 그 우물처럼 내 동시가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시원한 한 모금 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시는 언제나 아이들의 시간과 함께 합니다. 코로나19로 익숙하던 일상의 장면들이 많이 변화하고, 때로는 답답함과 싸우며 성장했을 모든 어린이들에게 격려의 마음을 보냅니다. 많은 시간 동안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쌓아 둔 아이들의 생각과 에너지들이 이 동시집을 딛고 멀리 나아가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동시집을 읽는 어린이들이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