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시집을 묶는다.
내 시가 꼭 오늘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해도
몇백 년 전에 이미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라 해도
설사 시가 아니라 해도
삐뚤삐뚤, 비틀비틀, 넘어지고, 엎어지면서도
나는 계속 시를 써왔다.
아무도, 아무것도 아닌 내가
한 편의 시로 다시 태어날 때마다
나는 내 시 안에 뿌리내린 세상이, 사람들이, 사물들이
너무나 고맙고 행복했다.
문학이라는 그 사나운 팔자가.
2022년 11월
어머니에 대한 서정적 그리움 하나에 의지하여 여러 분들의 어머니를 한 자리에 모셔 보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아마도 현 시대의 어머니 상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시대적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지 근본적으로 어머니란 원형이 달라진 건 아니라는 걸 금방 느끼게 될 것이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자식들이며,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생명의 원천이자 우리 모두가 돌아가고자 하는 정신적 고향이다.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그리고 14년 후,
네번째 시집을 묶는다.
오래된 시와 최근의 시
오래된 나와 최근의 나
끝내기 위해서 다시 시작하는 봄처럼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아주 사소하지만
기쁘고, 행복하다.
시와 함께 계속되는 ‘오, 아름다운 나날들’이
진심으로 화창한 봄날의 외출을 청하고 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2017년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