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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최광

최근작
2023년 9월 <오소리길과 오솔길>

글로벌 농법

시인이 많은 문학회에서 어깨너머로 시를 곁눈질하게 되었다. 시 얘기에 끼어들고 시가 문학의 뿌리임을 깨달았다. 은유와 상징으로 모티브를 시로 형상화해보는 재미를 느꼈다. 혜존惠存으로 받은 모든 시집이 텍스트였다. 여행 중이거나, 산책 중이거나, 취중이거나, 소설을 쓰는 중에 언뜻 스치는 모티브를 메모했다. ‘미미한 대상의 떨림’을 포착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일상과 자연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과 사회와 역사에서 얻은 모티브를 ‘에두른 글’이라는 폴더에 저장했다. 얼마 전에 내 방을 정리하면서 버리지도 못하고, 갖고 있을 수도 없는 책 때문에 엉거주춤했던 적이 있었다. 저장 파일에서 시집 원고를 수습하면서 그 장면과 다시 마주쳤다. 그러나 시집으로 한번 묶어내고 나면 다른 세상을 만날 수는 없더라도, 홀가분해질 수 있다는 뜬금없는 희망이 생겼다. 책으로 엮어주신 《시로여는세상》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오소리길과 오솔길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야생동물인 오소리, 멧돼지, 토끼, 두더지, 너구리, 고라니를 주인공으로 여섯 편의 생태 환경 동화를 엮었다. 무엇보다도 생태 환경이라는 주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올해 여름에 우리별 지구에서 벌어지는 홍수와 산불은 기후 변화의 위기를 느끼게 하고도 남는다. 「오소리길과 오솔길」에서는 사람들이 공해를 피해 갑자기 산으로 몰려들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매연을 뿜어 대는 굴뚝을 ‘굴뚝귀신’이라고 이름 지어 대기오염을 도드라지게 했다. 사람들은 오소리들이 다니는 오소리길을 가로막고 이 길은 오솔길이라고 우겨댄다. 사람들이 야생동물들의 터전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다. (중략) 시골에서 야생동물들은 가끔 차도에서 마주치는 걸리적거리는 짐승일 뿐만 아니라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우리는 그들의 생활 공간을 야금야금 빼앗아 한쪽 구석으로 몰아가고 있다. 점점 더 옹색해지는 야생동물들의 삶을 이해와 공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DMZ 도그 하울링

아주 오래전에 <환경 스페셜>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유기견들이 산에 모여 가시덤불 밑에 굴을 파고 살면서, 제법 여럿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 떼로 몰려다니며 가축을 사냥하고, 산에서 고라니를 포위 공격하는 산짐승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환경 스페셜>이니까 아마 멸종한 포식동물, 늑대의 역할과 복원을 기대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생태계 균형과 공존의 가치를 얘기하고 싶었을 테니까. 그러나 내게는 그렇게만 비치지 않았다. 그 유기견들을 포획 제거하는 과정에서 강아지들조차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늑대의 푸른 눈빛을 뿜었다. 낙오자의 좌절과 분노를 눈에 담고 있었다. 그 유기견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낙오자의 메타포로 다가왔다. 그 메타포는 내가 오랫동안 사회를 보는 창이 되었다. 어린 시절, 누이들의 세계 전도를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드넓은 세상이 우리 밖에 있었다. 시베리아의 푸른 물결이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그 드넓은 세상을 달려보고 싶었다. 지도책에는 가는 실선으로 철도가 그어져 있었다. 그러나 꿈을 이룰 수 없었다. 한반도의 허리에 DMZ가 가로놓여 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제 발목에 채워진 족쇄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이제 내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절망감이 내 인생과 함께 저물어 가고 있다. 우리 밖에 흩어져 사는 고려인, 조선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DMZ는 그들의 가슴에 응어리나 피딱지로 붙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낙오자인 줄도 모르고 소외의 그늘에 갇혀 있다. 그래서 나는 유기견들로 견고한 DMZ에 작은 틈을 내고 싶었다. 아직 사람들의 얘기로 쓰기 어려워서 우화로, 유기견들의 얘기로 에둘러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나는 전쟁과 평화의 이중주를 가만가만 들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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