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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송숙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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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세트] 의외로 나는 나를 + 우리 반이 터지겠다 - 전2권>

돌머리가 부럽다

“들로 산으로 쏘다녀요. 꽃을 보고 곤충을 보고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아다녀요. 학교에선 뭐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의 시가 좋은지 어린이시집을 계속 내고 있어요. 뭔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시를 잘 쓰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라고 누가 그래요.

맨드라미 프로포즈

저희 교실 옆엔 옥상이 있어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옥상이요. 그곳을 화단으로 만들고 싶었던 저는 잠겨있던 문을 열고 작년 아이들과 함께 심고 길렀던 양파와 쪽파, 그리고 무궁화 화분을 옮겨두었습니다. 아직 볼 것도 별로 없고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화단이었지만 우리 반 화단이 생겼다는 것에 아이들은 설레어했어요. 그런 아이들이 예뻐서 저는 흙과 거름과 화분과 꽃과 채소 모종을 부지런히 사다 날랐지요. 때로는 시골에 가서 흙을 퍼오기도 하고 들판에 지천으로 널린 개불알풀과 광대나물, 꽃마리, 애기똥풀, 봄맞이꽃을 모셔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들녘에서 자라는 들꽃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아이들은 흙을 나르는 일도 화분을 나르는 일도 재밌어했어요. 평소 해보지 못한 일들이었다나요? 우리는 화단에 이름도 지어줬어요. 한쪽 벽엔 커다란 에어컨 실외기가 다섯 대 있고, 식생활관 환풍기가 나 있어 들들들 소음을 내며 바람이 나오고.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지고, 오후만 되면 건물 사이를 지나는 바람이 할퀴고 가는 곳이지만 식물을 기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고마운 우리들의 공간. 우리는 그곳을 ‘시똥누기 화단’으로 부르기로 했어요. 시똥을 누는 아이들이 가꾸는 화단이니까요. 화단에 꽃을 심자 신기하게도 곤충이 날아왔고(3층인데도 말이죠!) 우리는 그 작은 생명들이 궁금해 도감을 찾아보며 공부도 했어요. 참 즐거운 공부였어요. 화단이 저희에게 준 게 너무도 많아요. 좁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도 저도 발길이 저절로 화단으로 향했어요. 화단에 나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거든요. 초록의 식물들이 주는 위로가 대단했어요. 『맨드라미 프로포즈』는 3학년 5반 26명의 아이들과 제가 화단을 가꾸며 한 해를 보낸 기록이 담긴 책이에요. 처음부터 책을 내기 위해 기록을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아이들과의 일상을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써두었던 것인데 모아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네요. 밤사이 변화된 식물들의 모습에 신기해하던 눈빛들, 새로운 곤충이라도 나타나면 쪼르르 달려와 제게 알려주던 아이들의 상기된 표정들, 쫑알거리던 입술들, 화단에서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초록의 생명들과 함께 환히 웃던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을 이 기록을 통해 오래오래 기억하게 되겠지요. 2019년 새봄에

시똥누기

어린이 시집을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닙니다. 친구들에게 시를 들려주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로 인해서 친구들이 시를 쓰고 그 시들을 엮어 시집으로 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년의 휴직을 마치고 다시 새내기 교사가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만난 군산푸른솔초등학교 4학년 3반 친구들. 하지만 3월 한 주가 지나고 두 주가 지나면서 저는 녹초가 되어갔습니다.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을 정도로 싸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하랴 친구들과 씨름하랴 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생각에서였을까요? 퇴근길에 문득, 저는 칠판에 동시를 적어놓게 됩니다. 아마 친구들이 아침에 교실에 들어와 동시를 보며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동시와 가까워지면서 마음이 부드러워지기를 바랐습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두 번만 적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가볍게 시를 읽고 느낌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열었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른 어느 날, 성민이가 일기장에 ‘나는 생애 처음으로 시 일기를 써봤다’며 짧은 시를 써왔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매일 시를 적어놓으면 혹시 아이들이 질릴까 봐 가끔 적어놓았고, 우리도 시를 써볼까? 라고 하면 부담을 느낄까 봐 그저 읽고 느낌만 이야기하며 지나갔는데 시를 써오다니요. 그것도 여자친구가 아닌 개구쟁이 남자친구가요. 성민이가 써온 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웅성웅성 쉬는 시간 끝나는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헐레벌떡 학교는 항상 너무 바쁘다 ―홍성민「학교」전문 이 짧은 시에 학교안의 활기참, 웅성거림, 분주한 모습들이 다 들어있는 게 느껴지시나요? 저는 성민이가 시를 쓸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신기하고 기뻐서 친구들 앞에서 마구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여자친구들이 하나둘 시를 적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어설펐어요. 웃음이 픽 나올 정도로요. 하지만 정말 예뻤습니다. 이렇게 써보고 저렇게 써보고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면 더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눈에 띄게 좋은 시를 써오는 친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은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구름도 웅덩이도 바람도 나뭇잎도 하늘을 나는 새도 한번 더 바라보게 되었고, 깊이 있게 관찰하며 생각하는 힘을 키웠습니다. 친구들의 시가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소중한 글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시집다운 시집을 선물로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어린이 시집을 구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1학기에는 불규칙적으로 들려주고 불규칙적으로 썼던 것을 2학기에는 매일 아침 시를 들려주고 이야기 나누고, 1주일에 한번 ‘시똥누기’ 시간을 정해 시를 썼습니다. 친구들은 꼭 ‘시똥누기’ 시간이 아니어도 시상이 떠오르면 바로바로 써왔고 저는 그 시들을 보면서 친구들의 기발함과 재치에 놀라기도, 때로는 가슴 뭉클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시를 썼고, 시를 통해 즐거움과 희열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시는 어른들의 그것처럼 세련되진 못하지만 그렇기에 더 사랑스럽고, 어른들이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아이들만의 세계가 들어있으며, 이 시기가 지나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것들이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시집을 내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시에 애정을 가지고 추천사를 써주신 정형일 아동문학작가님, 흔쾌히 약평을 써주신 김용택 시인님과 이산하 시인님. 그리고 직접 쓰신 동화책을 손편지와 함께 보내주신 심상우 동화작가님과 아이들 모두에게 직접 쓰신 동화책을 선물해주신 이상락 소설가님, 깜짝선물처럼 동시집을 보내주신 조석구 시인님. 어린이 시집을 출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고, 아이들 시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이 아니었다면 이 시집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그래도 가장 고맙고 자랑스러운 것은 유쾌 발랄하고 향기로운『시똥누기』를 한 우리 4학년 3반 어린 시인들입니다. 2016년 12월 마지막 날에

우리 반이 터지겠다

이 시집은 2022년 군산 서해초등학교 5학년 4반 스물다섯 명의 어린이가 일 년 동안 쓴 시를 모은 것입니다. 처음에 시를 쓰라고 하면 아이들은 관념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을 많이 씁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자기만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지요. 저는 그런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함께 시를 읽고 쓰면서 서로 할 이야기가 많아지고 웃는 일이 더 많아지는 것도 좋았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글이라서 좋았습니다. 어른들은 절대 따라 쓸 수 없는 글이기에 좋았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글을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 낸다는 뿌듯함도 좋았습니다. 어린이 시집 《우리 반이 터지겠다》가 새로운 옷을 입고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아쉽게 빠졌던 시 몇 편을 보탰습니다. 자칫 묻히기 쉬운 이 시집이 다시 날개를 달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의외로 나는 나를

우리는 매일 아침 한두 편의 시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동시뿐 아니라 선배님들의 시, 반 친구들의 시, 다른 나라 친구들의 시도 읽고, 가끔은 할머니들이 쓰신 시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1교시엔 시를 썼어요. 우리는 그 시간을 ‘시똥누기’ 시간이라고 불렀지요. 하지만 시를 시똥누기 시간에만 쓰는 건 아니었어요. 쉬는 시간에도, 수업이 좀 일찍 끝나 남은 자투리 시간에도, 집에서도 썼어요. 언제나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썼어요. 학교 한 귀퉁이 작은 공간엔 화단을 가꾸었어요. 화분을 들여 봉숭아, 맨드라미, 분꽃, 샐비어를 심고, 무, 배추, 감자, 생강, 수세미, 호박을 심었어요. 커다란 고무통엔 벼도 심었고요. 여름방학 땐 조를 짜서 학교에 나와 물을 주고 땀 흘려 일한 후에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어요. 분꽃이 피면 귀걸이를 만들어 차고, 샐비어꽃이 피면 꿀을 빨아 먹었습니다. 호박을 따면 호박전을, 배추를 뽑으면 배추전을, 참깨를 털면 참깨를 볶고, 생강을 뽑으면 생강차를 끓였어 요. 낫으로 벼를 베고 홀태로 훑어 직접 손으로 껍질을 까며 현미와 백미에 대해서도 공부했지요. 공부하랴, 화단 가꾸랴, 시 쓰랴, 말썽 피우랴, 하루하루가 무척 바빴지만 우린 그런 일들이 참 재밌었어요. 올해 제가 만난 아이들은 흥이 많고 이야기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 아이들이었어요. 제가 한 마디 던지면 여기저기서 자기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손을 들어 난감한 경우도 많았지요. 다 들어주다 보면 수업 진도를 못 나가게 생겼거든요. 하지만 저렇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참 예뻤습니다. 노래를 들려주면 흥에 겨워 일어나 춤을 추는 아이들 덕분에 웃던 때도 있었고, 목소리가 너무 커서 항상 혼나던 아이가 교실 놀이를 하면 경기 해설을 맡아 모두를 즐겁게 하기도 했어요. 말 많고 탈도 많은 우리 반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일들도 많은 한 해였어요. 그런 아이들이 시를 썼습니다. 누구 하나 시 쓰기 싫다고, 쓰기 싫은데 왜 써야 하냐고 반항하지 않고 썼어요. 저는 항상 그게 참 신기하고 고마웠는데 시를 쓰는 일이 아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로 나를 표현하는 즐거움, 친구들의 시를 보며 서로를 알아가는 즐거움요. 그것도 아니면 시똥 선배들의 시집을 보며 시 쓰는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걸까요? 하하. 아침에 엄마랑 싸워 축 처져 왔는데 칠판에 선생님이 자기 시를 적어 놓은 걸 보고 기분이 활짝 펴졌다는 어떤 아이의 글이 떠오릅니다. 시를 읽고 쓰는 일이 이와 같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팔딱팔딱 에너지 넘치는, 생명력이 넘치는 우리 아이들의 시가 멀리멀리 퍼져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힘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울고 웃으며 열심히 시를 쓴 우리 어린 시인들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쑥국 선생님

호박꽃오리

《호박꽃오리》를 펴내며 3학년 5반 옆에는 시똥누기 화단이 있어요. 원래는 옥상인데 아이들과 함께 화단으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왜 이름이 시똥누기 화단이냐구요? 그건 시똥을 누는 친구들이 가꾸는 화단이기 때문이에요. ^^ 우리는 아침마다 시를 읽고 수업을 시작했어요. 동시도 읽고 어린이시도 읽고 반 친구들이 쓴 시도 함께 읽었어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시똥누기 시간엔 시를 썼어요. 주제는 없어요. 자기가 쓰고 싶은 게 그날 주제가 돼요. 하지만 시똥누기 시간 외에도 갑자기 뭔가가 떠오를 때, 아침이든 점심이든 쉬는 시간이든 시상이 떠오르면 시를 썼어요^^ 시똥누기 시간엔 화단에 나가서 시를 써도 돼요. 우리 친구들은 교실에서 쓰는 것보다 화단에 나가서 쓰는 걸 더 좋아했는데, 볕이 잘 드는 벽에 기대어 앉아 쓰기도 하고 아예 바닥에 철푸덕 앉거나 엎드린 채로 쓰기도 했어요. 그런 친구들 모습을 보면 전 늘 미소가 지어졌어요. 그 모습들이 제 눈에 참 아름답고 예뻐 보였거든요. 간혹 화단 나가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노느라 시 쓰는 걸 깜박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교실에서 벗어나 꽃도 보고 곤충도 보고 바람도 느끼고 하늘도 보면서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것도 좋은 거잖아요. ^^ 《호박꽃오리》는 3학년 5반 스물 여섯 명의 친구들이 일 년 동안 화단을 가꾸며 뿌직뿌직 예쁘게 눈 시똥들을 모아 엮은 어린이시집이에요. 이 시집 안에는 꽃이 있고 곤충이 있고 생명의 신비가 있어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이 있어요. 아이들의 싱그러운 웃음이 들어있어요. 이 시집을 읽는 여러분의 마음이 우리 아이들처럼 따스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참, 호박꽃오리 보셨나요? 호박꽃 속에 숨어 사는 작고 귀여운 노랑 오리요. 앞으로 여러분은 호박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실 거예요^^* -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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