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읽을 수 없습니다. 이 시는 구토, 오한, 발열, 흥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똥 핥는 개처럼 당신을
싹 핥아 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책을 끝내는 것은 아이를 뒤뜰로 데려가 총으로 쏴버리는 것과 같아, 카포티가 말했습니다. 은둔자는 늙어가면서 악마가 되지, 뒤샹이 말했습니다. 웃다가 죽은 해골들은 웃어서 죽음을 미치게 한다네, 내가 말했습니다.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훌륭한 시를,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쓰고 싶었습니다. 2011년 이 시집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김언희
책을 끝내는 것은 아이를 뒤뜰로 데려가 총으로 쏴버리는 것과 같아, 카포티가 말했습니다. 은둔자는 늙어가면서 악마가 되지, 뒤샹이 말했습니다. 웃다가 죽은 해골들은 웃어서 죽음을 미치게 한다네, 내가 말했습니다.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훌륭한 시를,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쓰고 싶었습니다. 2011년 이 시집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김언희
초판 시인의 말
저문 날 지붕 위에 올라가 앉아 있으면 검은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소리 없이 발치에 와 웅크린다. 언제나 팔을 뻗어 닿을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한 채…… 길들일 수 없는 짐승. 밤보다 더 검은 놈. 배반의 명수. 고양이는 주인을 선택한다.
이 시편들 역시 독자를 선택할 것이다. ……배반하려고.
1995년 여름
나에게도 ‘?구체적인 기호품?’이 있었소. 있소. “?냄새만 맡아도 살 것 같던 살이 / 냄새만 맡아도 돌 것 같은 살이 되는 건 금세금방”인 나의 변덕을 초월하여 30여 년, 이것 하나가 있소. 침향 적정寂靜. 이 향은 피워도 향기가 없소. 다만 이 향은 피어올랐던 공간을 절대진공眞空으로 바꾸어놓소. 필라멘트처럼, 끊어지는 순간까지 백열하기만 할 뿐, 타서 연소할 수 없는 것이 쓰는 자의 운명이라면, 불순물 없는 진공이야말로 쓰는 자가 생사를 맡길 만한 경계 아니오. 마침내
30매를 채웠소. 애썼소, 선생.
―에세이 「니르바나 에스테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