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교양인들이 서양 역사를 바라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쓴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심도 있는 분석을 가하거나 독창적인 해석을 내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논점과 관점은 단순하고 분명하게 제시했다. 이 책의 목적은 '다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날학파의 다양성을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은, 역사가들의 작품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브로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장기지속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이미지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미지의 주술에서 벗어나 그 역사가들의 작품 세계로 직접 들어가 보아야 한다. 아날학파의 역사가들은 이론이 아니라 '예와 사실에 의해서' 새로운 역사를 실천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론이 아니라 실제를 볼 때, 아날학파의 역사세계는 얼마나 다양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