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느릿느릿 좀 걸어 볼까요?
아파트 입구에서 몇 발자국만 걸으면 바로 신선산이에요.
요즘 맨발 걷기가 유행이잖아요. 맨발로 산길을 걸을 때면 땅바닥을 보며 조심조심 걷게 돼요. 신발을 신고 걸을 땐 생각하지 않았던 생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죠. 개미나 이름도 모르는 다양한 벌레들, 그들에게 말도 걸어요. 발에 밟힐까 봐 걱정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눠요.
새벽이면 노루와 꿩이 나타나고 나무를 오르내리는 청설모와 딱따구리도 만날 수 있지요. 십여 분 정도 걸으면 선암 수변 공원이 나와요.
시인들은 그런 말들을 하지요. 오늘 시를 만나러 간다, 시를 주우러 간다.
저도 늘 시를 주우러 신선산으로, 수변 공원으로 가요. 그곳에서 만난 것들이 시가 되었고요. 제가 만난 아이들의 목소리와 눈빛이 시가 되어 이 동시집에 담겼지요.
하늘과 달, 별을 우러르고
비와 바람과 눈을 헤아리며
나무와 풀꽃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는 했어요. 관심을 가지면 모든 것은 시로 다가와요. 무엇이든 누구든 시로 태어날 수 있지요.
지금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되었을 아이들 이름을 가만가만 불러 봅니다.
내가 만난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은 아름답기를, 그래서 그들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