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고 난 느낌은 온종일 내리던 비가 잠시 멎었을 때의 그 쓸쓸함. 그 조용한 여운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 그런. 그래서 이 작가를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이 열 편의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이라고. 과연 니시노 유키히코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을까, 그리고 그를 사랑한 열 명의 여자들은 또 그들의 자리를 찾았을까. 번역을 마치면서 스스로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나는 나의 자리를 찾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