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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봄날이다. 피곤한 봄날이다. 까마득히 지워지는 봄날이다. 그 봄이 지날 무렵 숲에서는 기계톱 소리만 윙윙거렸다. 큰 나무 등걸이 쓰러지고, 한 생명이 처참하게 나둥그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집에 들어와 땀에 젖은 양말을 벗어던지고, 옅은 미열에 비실비실 침대로 걸어가는 쇠락의 나이. 기계톱 소리만으로도 쓰러질 것 같다. 수십 년을 변두리에서 지내다 어느덧 내 나이도 변두리 어디쯤에 와 있다. 그냥 아픈 날들이 많아졌다. |
| 여섯 번째 시집이다.
이것도 쓰다 말고 저것도 쓰다 말고
남아 있는 글 쪼가리가 아직도 많다.
그래도 용렬한 재주로
이만큼 썼으면 됐다 싶으면서도
늘 성에 차지는 않고
다만, 이걸로
여러 동무들과 선배, 후배들과 어울려
술 한잔 마실 핑곗거리나 되었으면 됐다.
늘 챙겨주시는 주변 사람들과
피붙이 누이들과 형에게는
멋쩍어 죽겠다.
그래도 힘닿는 데까지
끼적거려 볼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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