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2015년부터 쓰기 시작해 2022년까지 고치고 다듬은 것들이다. 지면에 발표한 순서와는 다르지만 가장 먼저 쓴 소설은 「내가 울기 시작할 때」다.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인물들이 우는 장면이다. 그들은 어떤 말을 하는 것보다 우는 일을 더 공들여 했고, 누군가 그 울음을 가만히 들었다. 요즘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엉엉 우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왕이면 온 힘을 다해 남김없이 잘 울고 싶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그리고 어디선가 혼자 우는 사람이 없는지도 돌아보고 싶다. 누구도 혼자 울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에 고작 한두 번 만났을 뿐인 내게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그들의 커밍아웃은 아주 대단한 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거나, 내가 꽤나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자기소개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이었다. 그게 최근에 내게 있었던 일 중 가장 좋았던 일이다. 그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소개하지 못했지만 내가 썼던 소설들에 존재하는 불안과 초조와 체념 같은 것들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것들을 바라면서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